"지상파 드라마·예능 분발해야 해요"…박명수의 일침 [연계소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넷플릭스에 웨이브·티빙까지 OTT '격전'
오리지널 드라마·예능 제작 주력
'킬러 콘텐츠'로 유료 구독자 유입 경쟁
유료 구독형 시장…다양성 관건
"지상파 드라마, 예능 분발해야 해요. 심의 때문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그래도 분발해서 재밌게 잘 만들어야 돼요. 시청자들 다 돌아서고 뺏겨요. 예능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저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방송인 박명수는 지난 4일 오전 방송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설 연휴 동안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달아 봤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잠깐 스쳐 지나간 말이었지만 뼈가 담겨 있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맥을 못추는 방송사들에 대한 일침이었다.

최근 종영한 최우식, 김다미 주연의 SBS '그해 우리는'은 자극적인 요소 없이 첫 사랑의 따뜻하고 아련한 감성을 현실감 있게 짚어내 호평 속에서 막을 내렸다. 작품은 입소문을 타며 첫 사랑의 기억을 조작한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과몰입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화제성과 반대로 시청률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해 우리는'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3~5%대에 그쳤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인기의 척도는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TV 부문 프로그램 부문 국내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전 세계 순위에서는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해 우리는'의 OST 역시 멜론, 지니뮤직, 벅스 등 국내 음원 차트에서 줄줄이 상위권에 장기간 머물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 뷔가 부른 '크리스마스 트리'는 한국 OST 최초로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진입하기도 했다.

박명수의 말이 트집이 아닌 일침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해 우리는'의 경우 지상파와 OTT가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시청자 유입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 사례다. 물론 연령 별로 선호하는 플랫폼이 달라 차이가 발생한 것일 수 있지만, 결국 이 또한 그만큼 '본방'을 사수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현실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OTT 시장은 그야말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킹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대박을 친 넷플릭스를 필두로 토종 OTT들이 줄줄이 오리지널 드라마 및 예능을 선보이며 '콘텐츠 독립'을 이루어내고 있다.드라마 부문에서는 웨이브의 강세가 돋보인다. 지난해 자체 콘텐츠 기획·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한 웨이브는 '트레이서'에 이어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까지 웰메이드 드라마를 선보이며 입지를 다졌다. 앞서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검은태양', '원더우먼', '쇼윈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까지 높은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티빙은 예능 부문에서 앞서고 있다. '환승연애'로 대박을 낸 티빙은 지난달 김태호 PD와 이효리가 손잡은 '서울체크인'을 공개했다. '서울체크인'은 공개 당일 티빙 전체 콘텐츠 중 유료 가입 기여 1위를 기록했다. 2~3일차에는 공개 당일 대비 유료가입기여자수 합산이 3배 이상 증가했다. 기세에 힘입어 티빙은 파일럿 형태였던 해당 콘텐츠를 올 봄 정규 편성하기로 했다. 특히 티빙은 예능 외에 '술꾼도시여자들'로 드라마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쿠팡 플레이는 대선 기간과 맞물려 거침없는 정치 풍자를 가미한 'SNL 코리아 시즌2'를 선보여 제대로 터트렸다. 이를 통해 배우 주현영이 '핫 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이제 시청자들은 '킬러 콘텐츠'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OTT 콘텐츠만이 가능한 참신하고 신선한 시도들이 기존 방송사들의 '포맷 우려먹기'에 지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볼 거리를 쫓아 시청자들은 지갑을 열고 있다. 유료 구독의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다만, 여전히 "이거 하나 보려고 결제하긴 아깝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동시에 OTT의 강점을 내세워 더 세고 강력한 자극적 소재만을 찾으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료 구독형 시장인 만큼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어떤 신선한 기획, 탄탄한 제작 능력과 작품성, 영리한 전략의 시너지가 호평 속 국내 OTT 1위 자리를 선점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