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캠페인을 했는데 음주율이 되려 상승한 까닭은?

마케팅 서적 출판사 기고
■ 「처음 읽는 행동 경영학」

낯선 곳에서 식당을 찾아본 적이 있나요? 여러분 눈앞에 식당이 두 곳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둘 다 비싸지 않고 깨끗하며 메뉴도 괜찮아 보여요. 그런데 한 곳은 행복하게 웃는 손님이 가득한 반면, 다른 곳은 슬퍼 보이는 남자가 창가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네요. 여러분이라면 어디를 선택하실까요?

보통은 행복하게 웃는 손님이 많은 식당을 고를 것입니다. 굳이 우울해 보이는 손님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겠죠.

이 이야기는 사회적 증거(우리 행동에 근거를 부여하기 위해 우리와 비슷한 다른 사람을 살펴보려는 행동 편향)와 사회규범(우리와 비슷한 다른 사람이 대부분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인식)이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줍니다.보통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 방식이 낫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비즈니스맨이라면 이 부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단지, 성공하는 마케터와 그렇지 않은 마케터의 차이라면 소비자가 그런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버튼’을 찾는 데 성공하느냐 하는 것일 겁니다.

성공하는 식당들은 이런 효과를 잘 활용합니다. 식당 문에 붙어 있는 미슐랭이나 트립어드바이즈 인증서는 소비자들의 사회적 증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유능한 매니저라면 멋지게 차려입은 손님을 창가 자리로 안내하는 센스를 발휘하겠지요.
2010년 미국 중간선거 때 페이스북은 투표 독려 캠페인으로 ‘투표했어요’ 버튼을 배치하고 얼마나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가 투표했는지를 보여줬다. 출처: <네이처> (www.nature.com/articles/489212a)
그런데 이렇게 사회적 증거를 활용해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려고 할 때, 나쁜 행동을 강조하면 그 행동이 오히려 평범한 행동으로 보이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부정적인 사회적 증거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캠퍼스 내 음주문화를 바꾸고자 했지만,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강조한 결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음주 기준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평균 음주량이 늘어난 사례도 있습니다.

만약 어느 보건소에서 지난달 예약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200명이라고 써 붙인다면 다음 달에 예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동을 설계할 때 긍정적 프레임(예, 우리 환자는 99퍼센트가 예약을 지킨다)을 이용하고, ‘설명형’ 규범(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보다 ‘명령형’ 규범(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을 강조하는 게 좋습니다.

도로표지에 제한속도가 시속 50킬로미터라고 적어두지, 다른 운전자들이 시속 55킬로미터로 달린다고 표시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

비즈니스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처음 읽는 행동경영학》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이런 통찰을 전해줍니다. 소비자의 행동을 촉발하는 버튼을 찾아내는 일에 행동과학의 지혜를 적용하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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