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LTV 90% 공약 했다"는 이재명…따져보니 오보 인용

대선후보 첫 TV 토론…누구 말이 맞나 팩트체크

李 "대장동 이익 70% 환수"→경실련 "10%뿐" 지적
尹 "수도권 사드 필요"→軍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적합"
沈 "대장동 임대주택 없다"→비율 낮지만 임대 6.7%
安 "서울 청약 커트라인 62점"→단지·시기별로 큰 차이
지난 3일 여야 대선 후보 첫 TV토론회에서 다양한 정책 공방이 펼쳐졌지만, 유권자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같은 사안을 두고 각 후보가 서로 다른 사실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팩트 체크 결과 대부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포장한 경우가 많았다. 손쉽게 거짓이 드러나는 가짜 뉴스들도 있었다.

이재명 “尹, LTV 90% 완화 공약”

양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핑퐁 게임하듯 공방을 벌였던 사안이다. 주택을 구입할 때 담보로 인정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LTV는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9억원 초과 주택은 20%, 15억원 이상은 0%로 엄격히 제한된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청년원가 주택의 경우 아무런 설명 없이 80%에서 90%로 공약을 바꿨다”고 주장하자, 윤 후보는 “지난해 9월부터 80%를 유지하고 있다”고 맞섰다.사실 확인 결과 이 후보의 발언은 거짓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JTBC가 단독 보도한 <윤석열도 LTV 90%까지… “신혼부부 등에 저리대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근거로 이런 주장을 폈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는 내부적으로 검토만 했을 뿐 공약으로 실제 발표하지 않았다. 윤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장예찬 청년본부장은 “기사 하나 보고 우기는 이재명식 거짓말 토론”이라고 지적했다.

李 “대장동 개발이익 70% 환수”

네 명의 후보가 가장 첨예하게 붙었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에서 이 후보가 수차례 강조한 말이다. 이 후보가 근거로 삼는 개발이익은 2015년 당시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가정한 예상이익이다. 사업 인가 당시 예상이익 6200억원 중 4400억원(70%)을 성남시가 환수하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당초 전망과 달리 집값이 크게 오르자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1120억원을 추가로 환수했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하지만 민간업자들이 거둬갈 수 있는 이익 한도를 정하지 않아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겼다는 반론도 나온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사업 이익은 약 1조8000억원이고 이 중 공공이 환수한 건 1822억원으로 전체의 10%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분모인 대장동 전체 개발이익 범위에 민간 사업자가 아파트 분양을 통해 얻은 수익(1조968억원)을 보탰다. 분자인 공공 이익 환수엔 부지 매각대금(배당금) 1830억원만 포함시켰다. 기부채납을 받은 공원조성비 등 3681억원은 제외했다.

沈 “대장동 임대주택 안 지었다”

이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5% 전후의 우리나라 공공주택비율이 너무 낮아 집값 폭등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지 않냐”며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심 후보는 “공공주택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며 “대장동 사업을 보면 임대아파트를 한 채도 짓지 않았다”고 쏘아붙였다. 해당 대장동 사업부지의 공동주택용지 중 임대주택 비율은 6.72%다. 팩트 자체는 거짓이다. 하지만 대장동의 임대주택 비율 자체가 과도하게 낮은 것도 사실이다. 당초 사업 인가 당시 계획한 임대주택 비율(15.29%)에서 크게 축소됐다.

尹 “사드 추가 배치 필요” 쌍방 정치 공세

이 후보와 심 후보는 한목소리로 “군사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사드와 같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며 “사드 추가 배치는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후보는 “수도권을 겨냥하면 고각 발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사드가) 수도권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동안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는 사드보다 하층 방어 무기 체계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더 효과적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수도권은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과 장사정포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6년 한국의 첫 사드 배치 이후 미국은 사드와 패트리어트 미사일 통합 운용 시스템을 완성시켰고, 북한은 사드를 회피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최첨단 기술 흐름과 동떨어진 공방”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연일 사드 공격을 회피할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후보가 “사드를 추가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을 인용한 것도 정치 공세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2020년 11월 나온 브룩스 전 사령관의 이 발언은 사드의 불필요성보다는 사드와 패트리어트 등 다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통합 운용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기술적, 군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정치쇼를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安 “서울 아파트 청약 커트라인 62.6점”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조사한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된 13개 단지 당첨 최저가점(커트라인)의 평균(62.6점)이 인용됐다. 팩트는 사실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별, 시기별로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지역은 60점 초반, 강남 등 인기 지역은 79점까지 나왔다”며 “시기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윤 후보가 공약한 군필자 청약 가점(5점)이 “(2030세대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발언도 엄밀히 따져보면 사실과 거리가 있다. 윤 수석연구원은 “전체 세대 간 경쟁할 경우 맞는 말이지만 젊은이들끼리 경쟁할 경우 비교 우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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