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떨어진 컨소시엄 "초과이익 배당 제안했는데 탈락"(종합)

실무자 법정 증언…"사업자 선정 유리해지기 위해 한 것"
상대평가에서 0점 처리…성남도개공, 초과이익 환수 조항 빼고 사업진행
특혜와 로비 의혹을 받는 대장동 사업에 응모했던 컨소시엄 관계자가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초과이익 배당을 제안하는 내용을 사업계획서에 담았으나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4일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5회 공판에서 메리츠증권 직원 서모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메리츠증권은 2015년 성남도개공이 공모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컨소시엄(메리츠종합금융증권 컨소시엄)을 꾸려 응모했으며 서씨는 이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이날 서씨에게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에 응모하면서 냈던 사업계획서에 예상되는 순이익 3천200억여원을 지분 비율에 따라 공사에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서씨는 "공사가 낸 큐 앤 에이(Q&A·질의 응답) 자료에 공사의 이익이 확정이라고 돼 있었다"며 "저희는 공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잘 보이려는 마음에서 선택적 옵션을 드릴 수 있다는 취지로 그렇게 기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사업자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런 옵션을 제시한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서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초과 이익을 성남도개공에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다. 대장동 사업 공모에는 메리츠증권 컨소시엄, 성남의뜰, 산업은행 컨소시엄 등 세 곳이 응모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 측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성남도개공 직원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그 결과 김씨 등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에서 상대평가 항목인 '프로젝트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과 '자산관리 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 항목에 각각 0점을 받았다.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평가와 관련한 내용을 사업계획서에 누락한 경우에만 0점을 주게 되는데,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관련 내용을 계획서에 담고도 0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에 근무하던 정민용 변호사와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팀장이 유 전 본부장의 지시로 성남의뜰에 높은 점수를 몰아주고 메리츠증권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0점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대장동 사업 응모자들을 평가하는 외부 심의위원을 맡았던 박모 변호사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심의위원들 사이에 한 컨소시엄(성남의 뜰)이 가장 준비를 잘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다른 위원들의 의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성남의뜰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위원이 누군지 등에 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당시 평가 내용에 비춰보면 성남의 뜰이 준비를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