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규모 줄인 개막식…中정부 엄선한 관중들 자리 채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91개국 17일간 열전

'함께하는 미래' 주제로
'영화 거장' 장이머우 지휘
3000여명 참석·100여분 진행
한국 선수단 73번째로 입장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4일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세계 91개국에서 출전한 2900여 명의 선수가 7개 종목에서 109개 금메달을 두고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베이징은 2008년 하계올림픽 이후 14년 만에 다시 한 번 세계 스포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동계와 하계 올림픽을 모두 치르는 첫 번째 도시이자 1952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회 이후 70년 만에 동계올림픽을 수도에서 개최하게 됐다. 웅장하고 화려하게 ‘중국굴기’를 내세웠던 2008년과 달리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엄중한 상황을 반영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시작했다.
< 첨단 기술로 수놓은 개막 공연 >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함께하는 미래’를 주제로 인공지능(AI) 라이브 모션 캡처 기술을 적용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경기장 중앙에 마련된 눈꽃송이 모양의 조형물은 마지막 주자들이 봉송한 성화가 꽂혀 성화대로 활용됐다. 올림픽 사상 최초의 눈꽃 모양 성화대로, 공중에 매달려 17일간 대회장을 지킬 예정이다. /연합뉴스
개막식은 이날 오후 9시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를 주제로 열렸다. 무관중으로 치른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과 달리 이번에는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다만 입장권을 자유롭게 구입한 일반 관중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자체 기준으로 엄선한 관중이 방역 조치 아래 입장했다. 각 종목의 경기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2008년 하계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개막식의 총감독도 중국의 영화 거장 장이머우가 맡았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은 1만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약 4시간 동안 펼쳐졌다.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당시의 20% 수준인 3000여 명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공연 시간도 100분가량으로 축소됐다.


개막식은 24절기를 활용한 카운트다운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날이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이라는 점에서 봄이 태동하는 모습을 형상화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앞서 열린 23차례의 동계올림픽을 돌아보는 영상을 거쳐 얼음 느낌을 살린 오륜 조형물을 띄운 뒤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한국은 91개 참가국 가운데 73번째로 입장했다. 쇼트트랙의 간판 곽윤기(33)와 김아랑(27)이 기수를 맡았고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이시형, 봅슬레이 스켈레톤 원윤종, 김동현 등 11명의 선수가 참여했다.개막식의 규모는 확 줄었지만 다양한 기술적 장치로 볼거리를 만들었다. 1만1600㎡에 달하는 무대가 HD LED 스크린으로 설치돼 눈과 얼음을 정교하게 표현했고, 레이저빔을 이용해 민들레 홀씨와 눈꽃을 구현해내기도 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성화 봉송에서도 중국은 각종 첨단기술을 동원했다. 자율주행 고속열차가 성화를 옮겼고, 수륙양용 로봇을 이용해 사상 처음으로 수중 봉송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올림픽 개막식은 4년마다 열리는 양자·다자 외교의 큰 장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개막식의 귀빈석 분위기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썰렁했다. 미·중 갈등과 중국 신장 지역의 인권 문제로 일부 서방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위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국가 정상급 인사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도에 그쳤다. 한국에서는 박병석 국회의장,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임원 56명, 선수 64명, 코로나19 대응팀 5명 등 총 125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6개 종목에 64명이 출전해 금메달 1~2개를 획득, 종합순위 1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