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 회사'가 부활할 것"…증권사 직원이 사 모으는 주식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사진=신경훈 기자
한국전력은 오랜 기간 국민주로 불렸습니다. 민영화를 통해 1989년 ‘국민주 2호’로 상장했고, 1990년부터 1999년까지 줄곧 시가총액 1위를 지켰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폭락장에도 주가가 오르며 국민 재산 형성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까지였습니다. 이듬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전기료 할인과 탈원전 정책의 타격을 받았습니다. 주가는 5년 내내 반등도 없이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한전이 국민주로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4일 한국전력은 1.42% 오른 2만1400원에 마감했습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올랐지만, 코로나19 직전 수준(2만7000원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거래일인 2017년 5월 8일(4만5800원)과 비교하면 53.3% 하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까지 떨어졌습니다. 회사를 당장 청산해도 시가총액의 5배 이상은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전의 시가총액은 13조7380억원으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4개 동의 가치(약 15조원)에도 못 미칩니다.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발전 단가가 가장 싼 원전과 석탄을 축소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공백을 메웠기 때문입니다. 천연가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전기 요금에 전가하지 못하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됐습니다. 이 여파로 2018년 2080억원, 2019년 1조27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유가가 떨어진 2020년 4조863억원 ‘반짝 흑자’를 냈으나, 올해 연료비가 다시 폭등하면서 4조55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주가는 바닥을 뚫고 터널 공사를 하고 있지만, 주주들은 터널 끝 빛이 보인다는 반응입니다. 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경우 탈원전 정책이 폐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전 주주는 “올해는 삼성전자보다 한전이 더 좋다. 국민주 한전이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의도에서 증권사를 다니는 한 직원은 “정권이 교체된다는 것을 가정해 얼마 전부터 월급 대부분을 한전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대통령 선거와 관계없이 올해 하반기에는 한전의 경영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작년초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 걸쳐 전기 요금이 10.6%(kWh 당 11.8원)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원자재 비용 부담에 따라 한전이 8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기 요금이 4월과 10월 계획대로 인상될 경우 하반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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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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