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성화'로 저탄소 강조한 개막식…직후엔 거대한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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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탄소, 연료 절감 위한 상징" 자찬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다소 의외의 풍경이 펼쳐졌다. 경기장에 내내 설치돼있던 거대한 눈꽃송이 모형의 가운데에 중국 노르딕 복합 국가대표 자오자원(21)과 크로스컨트리 대표 디니거 이라무장(21)이 성화봉을 끼워넣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작은 성화가 탄생한 순간이다.
통상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로 성화 점화가 꼽힌다. 성화는 대회 기간 내내 불타오르며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데다, 마지막 성화 점화 주자가 그 올림픽의 핵심 메시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다소 허탈하기까지 했던 이번 성화 점화를 두고 개최국인 중국은 "환경보호를 고려한 조치"라며 자찬을 내놓고 있다. 신화통신은 5일 "미래 세대를 위한 그린 올림픽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성화에 대해 "전통적인 올림픽 성화는 대회 기간 내내 불타며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석유나 석탄 등의 연료를 대량으로 소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회식 총연출을 맡은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는 성화 점화에 대해 "전통적인 중국의 심미안(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안목)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작은 빛으로 온 세상에 불을 밝히는 연출, 그리고 인류가 이 불꽃을 지키는 걸 낭만적인 방법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토치가 작은 성화대로 바뀌는 것도 저탄소 및 친환경 콘셉트와 일치하는 바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작은 성화가 올라간 직후 거대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아 이같은 메시지를 무색하게 했다.
중국은 성화 마지막 주자를 통해 자국에 대한 서방의 인권공세에 반박 메시지도 던졌다. 이라무장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 선수다.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인권 문제를 이유로 결정한 이번 대회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위구르족인 이라무장에게 성화 최종 점화를 맡기면서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이 명분 없는 행동이라는 반박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번 개막식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 울려퍼졌다. 이 노래는 '폭력과 전쟁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노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