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촌 시설·음식서 평창, 도쿄·베이징에 압승

"선수촌과 경기 시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결산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그만큼 평창 대회 선수촌은 안락함과 음식의 맛과 질에서 전 세계 선수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8 평창 동계, 2020 도쿄 하계,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등 동북아 주요 3개국이 개최하는 '릴레이 올림픽'이 마지막에 이르면서 가장 앞서 포문을 연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 시설이 새삼 조명을 받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역병이 세계를 덮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린 올림픽이다.도쿄 하계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1년 연기된 2021년에 열렸고,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역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가운데에서 치러지고 있다.

따라서 평창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올림픽 참가자의 이동을 극도로 제한한 도쿄·베이징 대회와 달리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시기의 지구촌 최대 스포츠 잔치라는 올림픽 본연의 노스탤지어를 떠올리게 한다.

선수촌 음식과 시설도 그런 향수의 일부분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강릉과 평창에서 선수촌을 운영했다.

선수촌은 대회 후 일반에 분양하는 아파트 형태였다.

우리나라 온돌 문화를 그대로 품은 선수촌은 선수들에게 아늑하고 따뜻한 온기를 선사했다.우리나라 사람처럼 맨발로 뜨뜻한 바닥에 누워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하던 선수들의 동영상이 아직도 유튜브 등에 떠돈다.

선수촌의 제빵 조리사들은 식당에서 직접 빵과 피자를 구워 선수들에게 대접했다.

입맛을 돋우는 따뜻한 빵은 선수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선수촌 휴식 공간에 배치한 안마의자와 네일숍에는 대기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당시 강릉 선수촌의 유일한 불만 사항은 방의 불을 끄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작은 액정 화면에 10개 넘는 스위치로 구성된 '스마트 전등 스위치'가 한글로만 제작돼 외국 선수들이 작동 방법을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화재, 도난 사건, 누수 등으로 몸살을 앓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선수촌과 비교하면 사실 불만 거리도 아니었다.
코로나 시대 첫 번째 올림픽인 도쿄올림픽에선 선수촌 시설이 비난의 표적이 됐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침대, 서구 선수들의 체격을 고려하지 않은 협소한 화장실, TV와 냉장고를 배치하지 않고 빌려 쓰라고 한 대회 조직위원회의 무신경 등으로 선수들은 불편한 심기를 참지 못했다.

선수와 지도자로 올림픽에 9번이나 출전한 일가 마메도프 러시아 펜싱대표팀 감독은 당시 러시아 언론에 "21세기 일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놀랐다. 선수들이 딱하다"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자들은 선수촌 시설은 호평하나 음식에는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많다.

미식의 나라 중국에 기대감을 안고 왔다가 크게 실망한다.

심장 박동과 호흡을 측정하는 스마트 침대, 심해와 우주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4차원 시뮬레이터 시설, 물건과 음식 등을 배달하는 로봇 서비스 등은 즐거운 볼거리다.
다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기름지고 느끼한 선수촌 음식에 불만을 터뜨렸고, 코로나19에 감염된 각 나라 선수와 관계자 등은 격리된 호텔에서 제공하는 형편없는 음식에 분노했다.까다로운 전 세계인의 입맛을 모두 맞출 순 없지만, 적어도 평창 대회는 먹고 자고 쉬는 문제로 손님들을 곤경에 빠뜨리진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