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 임남규의 마지막 투혼…부상 딛고 달린다

루지는 소형 썰매에 누워 가파르고 커브가 많은 트랙을 질주하는 종목이다. 헬멧만 쓴 채 맨몸으로 최고 시속 150km까지 질주하기에 부상 위험이 유독 크다. 크고 작은 부상은 물론 사망사고도 있다.

한국 남자 루지 싱글 임남규(33)의 왼쪽 정강이에는 약 12cm 길이의 길다란 흉터가 있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훈련 중 썰매가 뒤집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이 깊이 찢어졌다. 현지 병원 응급실에 이틀간 누워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시 시합도 못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3일 만에 다시 라트비아로 향했다. 붕대를 감고 썰매에 올랐고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임남규가 6일 마지막 싱글레이스에 나선다. 중국 옌칭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남자 루지 싱글 3, 4차 레이스에서다.


그의 컨디션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전날 1, 2차 시기 합계 2분02초232를 기록해 34명의 선수 중 33위를 기록했다. 그는 1차 시기에는 1분02초438로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2차 시기에는 59초794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경기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그의 레이스는 성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큰 울림을 줬다. 한국 루지의 대들보라는 책임감으로 이끌어낸 투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임남규는 이미 은퇴한 바 있다. 2014년 대학 시절 루지를 시작한 그는 2018년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평창올림픽에서 30위에 오른 뒤 2019년부터 루지 대표팀 지도자로 활동했다.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루지경기연맹에서 긴급 요청이 왔다. 선수층이 얇은 탓에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가 없다며 현역으로 복귀해달라는 설득이 이어졌다. 고민끝에 다시 한번 트랙에서의 스피드와 공포, 쾌감을 마주하기로 했다.

베이징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하지만 부상도 그의 의지를 막지 못했고 임남규는 자신만의 레이스로 싱글 경기를 마쳤다. 오는 10일 열리는 혼성 계주는 현역으로서 임남규의 '라스트 댄스'가 될 예정이다. 임남규는 "트랙을 달릴 때마다 무섭지만, 동시에 스릴이 느껴진다"면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루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종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기적처럼 느껴진다"며 "김경록, 권오민 등 대표님 후배들이 활약할 다음 올림픽을 기대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