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경찰간부·제약사 임원…로펌 '스카우트 전쟁'

김앤장, 3년째 대법관 출신 영입
태평양·율촌도 전직 판·검사 합류

수사권 조정·중대재해법 시행에
경찰 출신 변호사들 대거 로펌行

태평양, J&J 부사장 고문 임명 등
연초부터 '거물급 영입경쟁' 치열
연초부터 대형 로펌의 인재 스카우트 경쟁이 뜨겁다. 거물급 판·검사 출신 인사뿐 아니라 제약, 세무, 특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줄줄이 주요 로펌에 합류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 네트워크가 강한 전관 영입에 더해 공정거래, 의약품, 중대재해 등 각종 제도 변화에 맞춰 해당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영입도 활발한 분위기다.

올해도 줄잇는 판·검사 로펌行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최근 대법관 출신인 김소영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KHL) 대표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를 영입했다. 김 변호사는 조만간 KHL을 퇴사하고 다음달부터 김앤장에 출근할 계획이다. 김앤장은 김 변호사 이전에도 이상훈(2020년)·김용덕(2021년)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최근 3년간 대법관 출신 스카우트에 힘을 쏟고 있다.

김 변호사는 1990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시작으로 서울가정법원,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등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2012년 국내에서 네 번째로 여성 대법관에 임명됐다. 여성 법관 중에선 최초로 법원행정처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18년 11월 법원에서 퇴임한 뒤 2020년부터 KHL에서 근무해왔다. 법복을 벗은 지 3년째인 지난해 11월 공직자윤리법상 대형 로펌 취업 제한이 풀렸다.법무법인 태평양도 판사 출신 인사를 잇달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퇴직한 정상철 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31기)와 류재훈 전 대전고법 판사(32기), 이상현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37기)이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다. 이 중 이 전 재판연구관은 최근 한꺼번에 사직서를 제출해 관심을 모았던 대법원 재판연구관 다섯 명 중 한 사람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얼마 전 법원을 떠난 한원교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31기)를 새 식구로 맞는다. 한 부장판사는 사직서 제출 전인 지난달 17종의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 중 서울 상점·마트·백화점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고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도 중단하라는 판단을 내려 주목받았다. 법무법인 광장은 검사 영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힌 서동범 전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39기)와 김세관 전 대전지검 검사(40기)가 조만간 출근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최근 검찰과 법원 정기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막 현직에서 물러난 판·검사를 상대로 한 로펌들의 영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대법관·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고위 법관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찰 간부는 퇴직 후 3년간 연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취업할 수 없지만 그 외 판·검사는 재취업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전문가 영입도 활발

로펌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데려오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경찰 출신인 정윤도 변호사(변호사시험 8회)를 영입했다. 2002년부터 경찰 생활을 한 정 변호사는 지난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당시부터 이곳에 파견돼 1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세종은 지난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기획과장 출신인 이재훈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를 영입하는 등 경찰 출신 인사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경찰의 역할이 커지면서 경찰 수사 단계부터 기업들을 도와 대응 전략을 수립할 일이 많아진 점을 반영했다. 다른 로펌들도 같은 이유로 적극적으로 경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 중이다.

제약산업 전문가를 향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달 송영주 전 한국존슨앤드존슨 부사장을 규제그룹 고문으로 데려왔다. 송 고문은 존슨앤드존슨 이전엔 보건복지부 정책홍보 담당관과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로 일하면서 보건헬스케어 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정책과 규제 등에 대한 경험을 두루 쌓았다.비슷한 시기 김앤장은 곽명섭 전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을 변호사로 영입했다. 율촌도 김성호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인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공정거래부문 의료제약팀 고문으로 영입했다.

다른 부처 출신 공무원의 로펌행도 활발하다. 나종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태평양 GR솔루션그룹 고문), 박만성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양병수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율촌 고문), 진시원 전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수석조사역(세종 금융규제 전문위원), 최지명 전 특허심판원 특허심판관(세종 변리사) 등이 로펌에 둥지를 틀었다.

김진성/오현아/최진석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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