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경고음 더 커진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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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 요동·경제 위협 커지는데영국 옥스퍼드대 총장인 크리스 패튼은 홍콩의 마지막 총독으로 잘 알려진 인물로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된 그의 최근 기고문이 주목받고 있다. ‘정점 지난 중국(Post-Peak China)’ 제하의 글은 중국 리스크가 글로벌 지정학적 위협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는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심각한 국가 부채와 부동산의 버블 붕괴, 인구구조 악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민간 혁신기업 통제와 사회적 양극화 확대, 그리고 세계 최대 탄소배출과 수자원 및 식량 공급 부족을 꼽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경기둔화에다 내부 구조적 문제가 중국의 도발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대선 앞둔 정치권 '우물 안' 정쟁만
고물가·고금리·고위험 '3高시대'
친시장 정책으로 경제체력 높여야
재정건전성 회복·동맹외교 중요
에너지안보 위해 탈원전 수정 시급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중국의 성장률 정체와 지정학적 도전 가능성은 지난해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의 “중국은 쇠퇴하는 강대국이고 그것이 문제”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중국 경제가 식으면서 패권 쟁취 기회의 문이 닫혀가고 있다는 조바심으로 중국이 자칫 과거 2차 대전 때 독일이나 일본이 걸었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점을 향해 부상하는 국가보다 정점을 지나는 국가가 더 위험하다는 논리다.미·중 패권 갈등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유럽 등 서방국 간 갈등이 20여 년 전 냉전 종식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현 사태는 강대국 패권 경쟁의 각축장이 된 만큼 향후 추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러시아도 중국과의 공조 확대로 대응하면서 러시아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방면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은 물론 자칫 한반도 정세 불안까지 부추길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대내외 리스크가 고조되며 ‘퍼펙트 스톰’을 우려하는 현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판에는 국가 안위를 위한 ‘글로벌’ 담론보다 우물 안 개구리식 ‘로컬’ 정쟁만 무성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글로벌 도전의 높은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국력을 키워야 할 때다. 2차 대전을 연합군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코로나 위기를 지난 5년간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을 기회로 삼아 국가 경쟁력을 높이라는 말로 들린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 경기 회복은 예상보다 더 험난할 전망이다. 당면한 ‘신(新) 3고(고물가·고금리·고위험) 시대’에 국력을 키울 정책 과제는 무엇인가.첫째,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를 통해 잠재성장률 지속 하락을 반전시켜야 한다. 정부 주도의 반기업·친노동 정책을 기업 역동성과 창의성 제고를 위해 민간 주도 친시장 기조로 바꿔야 한다.
둘째, 위기 상시화 시대에 면역력을 키울 ‘최고의 경제 백신은 부채 감축’이다. 국가 총부채(정부·기업·가계 합계)가 5000조원 이상으로 급속히 늘어난 오늘날 재정 만능주의식 포퓰리즘 유혹을 떨치고 재정 건전성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이 당면한 구조적 취약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잉 유동성을 흡수할 디레버리징의 타이밍을 놓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셋째, 대외 리스크 관리를 위한 안전망 강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조기 극복의 모멘텀을 제공했던 한·미 통화스와프는 이명박-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깊은 신뢰로 가능했다. 우리나라 ‘금융 안보’에 기여한 통화스와프가 작년 말 종료된 데는 현 정부의 대미 관계 경색이 한몫했다. 북한·중국으로 편중된 외교 전략을 한·미·일 자유민주 동맹 강화로 전환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끝으로, 신냉전 본격화와 에너지 무기화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 차원의 에너지 자립이 중요하다. 총수요의 40%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유럽연합(EU) 일부의 원전 감축이 비판받으면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주 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에 포함한 ‘지속가능한 녹색산업 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안을 확정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원전을 배제한 현 정부의 ‘K택소노미’와 대조된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 급증에 따른 지난달 사상 최대 무역적자도 탈원전 정책의 수정이 시급함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