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해외자원 확보하라"…기업 지원 두배 늘린다
입력
수정
지면A12
리튬·니켈 희소금속 선점 위해일본 정부가 해외에서 리튬 니켈 등 희소금속을 확보하는 민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탈석탄 시대의 필수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비축하기 위해서다.
채굴 사업자에 최대 100% 출자
정부가 대신 리스크 떠안는 셈
韓 자원외교는 9년간 역주행
보유 광산 절반가량 내다팔아
요미우리신문은 민간 기업이 리튬 니켈 등 희소금속 해외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정부가 출자할 수 있는 한도를 현재의 ‘최대 50%’에서 ‘최대 100%’로 두 배 늘린다고 6일 보도했다.
자원 확보 리스크, 정부가 떠안겠다
일본 정부는 올해 해외 광산 프로젝트의 출자 사업을 담당하는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내규를 변경하도록 할 계획이다. JOGMEC는 한국의 석유공사, 가스공사, 석탄공사, 광해광업공단(옛 광물자원공사) 등이 합쳐진 형태의 자원 공기업이다. 2004년 일본석유공사와 일본광물자원청의 통합으로 탄생했다.출자 한도를 100%로 늘리는 것은 해외 광산에 투자하는 위험은 대부분 정부가 떠안을 테니 민간기업은 더욱 적극적으로 희소금속을 확보해 달라는 조치로 해석된다. 리튬과 같은 해외광산 개발에는 1000억엔(약 1조436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도 있다.기업 단독으로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규모다. 채굴량이 예상치를 밑돌거나 현지 정세 악화로 개발이 중단될 위험성도 있다. 그동안 일본 재계가 정부에 해외 광산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해온 이유다.
리튬과 니켈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주원료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모아두는 축전지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탈석탄 시대의 열쇠를 쥔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40년 리튬과 니켈의 세계 수요는 최대 86만t과 329만t으로 2020년보다 40배 이상씩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은 리튬과 니켈의 대부분을 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경제안전 보장을 위해서도 해외 채굴권을 늘려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탈석탄화 흐름에 따라 주요국의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채굴권을 싹쓸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소금속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JOGMEC가 자국의 제련사업에도 출자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제련사업에만 출자가 가능했다. 자체 제련 능력을 높임으로써 해외 공급망에 일부 차질이 생기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韓 “해외 광산 전량 매각”
정부가 직접 해외 자원 확보를 지원하는 일본의 움직임은 자원 외교에 사실상 손을 놓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국 공기업과 민간기업·개인이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해외 광물자원 개발 사업은 휴광을 제외하고 94개로 집계됐다.이명박 전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말 219개에서 9년 만에 125개(57%) 줄어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3~2016년 55개 감소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이후 70개 더 줄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자원외교 정책의 비리를 파헤치겠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한편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세제 혜택을 잇따라 중단한 결과로 지적된다.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확보한 모든 해외 광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행 중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 등 4개 해외 자산을 800억원의 손실을 보고 매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