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던 이지머니 시대는 끝…30년 만에 최대 긴축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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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두달내 금리인상 전망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후 자산가치 상승을 이끌던 ‘이지머니(easy money)’ 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던 각국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면서다. 지난 3일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올린 영국에 이어 미국도 다음달 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있다.
채권시장 요동…기업에 부담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간은 오는 4월 안에 세계 국내총생산(GDP)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국들의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말 세계 평균 기준금리 전망치는 연 2%다. 팬데믹 전 수준을 회복한다는 의미다.미 중앙은행(Fed)은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라질 체코 등 신흥국은 지난해부터 금리를 올렸다. 캐나다는 3월, 유럽연합(EU)은 연말께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과 올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일본을 제외하면 경제 강국 대다수가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늘려왔던 정책들도 마무리 단계다. 각국 정부는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해 시장에 풀던 돈을 줄이기 시작했다. 올해 중반을 정점으로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들은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것으로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긴축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채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금리 인상 움직임에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말 연 0.73%에서 이달 연 1.31%로 급등했다. 캐나다의 단기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연 0.95%에서 연 1.35%로 올랐다.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채권시장으로 투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은 커진다. 주식은 물론 경제 전반에 악재가 될 수 있다.각국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기 시작한 것은 급격한 물가 상승 탓이다. 최근 소비 수요가 급증했지만 원자재 상품 등은 턱없이 부족해 물가가 치솟았다. 오는 10일 발표될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전망치는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7.2%(작년 동기 대비)에 이른다. 일부 경제학자는 중앙은행의 조치가 미진해 자산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더 강력하고 빠르게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산시장에 미칠 역풍을 우려해 연착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물가가 떨어지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Fed 결정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Fed가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일곱 차례 인상을 예상했다.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은행들이 예측 가능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