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기, 中 '노터치 금메달'에 분노…"이런 경기 처음 본다"

"내가 꿈꿨던 금메달의 자리가 이런 것인가" 허무
"선수생활 하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판정"
곽윤기 SNS에는 욕설 테러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맏형 곽윤기(고양시청)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에서 불거진 판정 시비에 목소리를 높였다.

곽윤기는 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에 참여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중국이 우승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억울하고 미안한 감정이 든다"라며 "'내가 꿈꿨던 금메달의 자리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 때문에 한편으로 허무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한국 대표팀과는 관계없는 판정이었지만, 우리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만약 우리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너무나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김선태 감독이 이끄는 중국 대표팀은 전날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 준결승에서 3위로 들어왔다. 결승 진출이 무산되는 듯했지만 심판 판정으로 2위 미국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동시 실격되면서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결선 진출 티켓을 따게 됐다.

ROC의 실격 사유는 레이스를 펼치지 않는 선수의 방해(Extra team skater causing obstruction), 미국의 실격 사유는 배턴을 넘겨준 선수의 방해(Blocking by infield skater)였다. 두 팀의 실격 사유는 어느정도 납득이 됐지만, 중국 또한 배턴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모습이 포착됐다.중국은 결승선까지 13바퀴를 남기고 3위로 달리다가 선수 교대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엉켰는데, 러시아 선수가 중국 런쯔웨이와 장위팅 사이에 끼게 됐다. 런쯔웨이는 러시아 선수의 터치를 뒤에 있던 장위팅이 한 줄 알고 레이스를 계속 진행했다. 장위팅은 런쯔웨이의 뒤를 따라가며 터치를 시도했지만, 결국 터치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결국 중국은 3번째로 결승선에 들어왔다.

경기 후 심판진은 약 10분의 긴 시간 동안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다. 심판진은 그러나 ROC와 미국과는 달리 터치 없이 경기를 진행한 중국엔 페널티를 부여하지 않았다. 결승에 올라간 중국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곽윤기는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터치가 안 된 상황이 인정된 적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며 "교체를 못 했을 때는 반바퀴를 더 타야 한다. 만약 저 상황이 다른 나라였다면 결선에 올라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이어 "(중국,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미국 등) 3개 팀이 실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네덜란드 선수들도 같은 말을 했다"며 "비디오 판독이 길어지면서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판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곽윤기는 자신의 SNS 계정에 "중국(의) 응원받는 중"이라며 영어 중국어 욕설이 담긴 다이렉트 메시지(DM)를 공개하기도 했다. 곽윤기는 담담하게 설명을 남겼지만 실제 메시지 내용은 “어디 소국 선수가”, “역사도 모르는 선수가” 등의 댓글과 남성을 비하하는 뜻이 담긴 손가락 모양 이모티콘 등이 남겨져 있는 상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