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딛고…루지 임남규 '기적의 레이스'

싱글 33위…개인 최고 기록 세워
10일 혼성 계주로 '라스트 댄스'
사진=연합뉴스
루지는 소형 썰매에 누워 가파르고 커브가 많은 트랙을 질주하는 종목이다. 헬멧만 쓴 채 맨몸으로 최고 시속 150㎞까지 질주하기에 부상 위험이 크다. 크고 작은 부상은 물론 사망 사고도 발생한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한국 남자 루지 싱글 임남규(33·사진)의 왼쪽 정강이에는 길이 12㎝가량의 흉터가 있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2021~2022시즌 국제루지연맹(FIL)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연습 중 썰매가 뒤집히면서 살이 찢어졌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깊었고, 현지 병원 응급실에 이틀간 누워 있었을 정도로 심각했다. 시합도 못 치르고 귀국한 그는 사흘 만에 다시 라트비아로 향했다. 붕대를 감은 채 썰매에 올랐고,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6일 중국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루지 싱글 3차 레이스에 나선 임남규의 컨디션은 완벽하지 않았다. 1~3차 시기 합계 3분05초349로 참가 선수 34명 가운데 33위에 그쳤다. 상위 20명까지 진출하는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그로선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그의 레이스는 성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큰 울림을 줬다. 한국 루지의 대들보라는 책임감으로 이끌어낸 투혼이기 때문이다.

전날 열린 1차런에서 1분02초438로 최하위를 기록한 임남규는 곧바로 이어진 2차런에서 59초794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날 3차런에서는 이번 대회 개인 베스트인 59초538을 기록했다. 임남규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사실 임남규는 이미 은퇴한 바 있다. 대학 때인 2014년 루지를 시작한 그는 2018년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평창올림픽에서 30위에 오른 뒤 은퇴해 2019년부터 루지 대표팀 지도자로 활동했다. 그런데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루지경기연맹에서 긴급 요청이 왔다. 선수층이 얇은 탓에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가 없다며 현역으로 복귀해달라고 했다. 그는 고민 끝에 다시 한 번 트랙에서의 스피드와 공포, 쾌감을 마주하기로 했다.
베이징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하지만 부상도 그의 의지를 막지 못했고 임남규는 자신만의 레이스로 싱글 경기를 마쳤다. 오는 10일 열리는 혼성 계주는 현역으로서 임남규의 ‘라스트 댄스’가 될 예정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