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클릭한 '우중캠핑'…"그 삶이 거기로 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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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승준·척수장애인 이원준씨, 유튜브 '알TV' 속 평범한 일상 비 내리는 산속에서 눈을 감은 한 남성이 찬물에 적신 장갑을 끼고 고기를 집어 불판 위에 올린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집게를 써서는 고기가 익었는지 알 수 없다.
바로 옆에서 전동휠체어에 앉은 친구는 불판을 보며 언제 고기를 뒤집을지 알려준다.
시각장애인 안승준(41)씨와 척수장애인 이원준(43)씨가 지난해 7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 내용이다. 조회 수 10만 회를 넘긴 이 '우중캠핑' 영상에서 둘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고기를 굽는 모습이 친구들과 캠핑을 온 여느 캠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안씨는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제 삶은 마흔 살 즈음의 결혼 안 한 총각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술을 마시면 풀어지기도 하고, 학교 선생님으로 일할 때는 엄숙하기도 했다가 어느 자리에선 가벼운 농담도 하죠"라고 말했다.
안씨와 이씨는 2020년 12월부터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TV'에 출연하고 있다.
이들은 영상 속에서 장애인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는가 하면, 심지어는 패러글라이딩이나 우중캠핑에 도전한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장애를 주제로 거침없는 농담도 오간다.
이씨가 '빙판길에 휠체어가 미끄러져 빙글빙글 돌았다'고 말하자 안씨는 "김연아의 트리플 악셀이냐"고 농담을 던진다.
안씨의 시각장애에 대해 둘이 '뵈는 게 없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안씨는 "제 목표는 장애가 건강한 놀림거리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친구들끼리 서로를 가볍게 놀리는 것들은 친근함의 표시 아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에 대한 농담에서 사회가 유독 엄숙하게 반응하곤 하는데, 미디어에서 비치는 불우하거나 초인적인 장애인이 아닌 현실 속 장애인의 유쾌한 삶을 보여줘야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친구가 되고 통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디어가 장애인을 그리는 방식이 '불우함'과 '초인'에 국한되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씨도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장애인의 모습이 불우하거나 초인적이거나 둘 중 하나다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굴절되어 받아들여지곤 한다"며 "(장애에 대해) 슬픈 이야기를 하면 슬퍼서 울지만 웃기게 얘기하면 '저런 얘길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며 또 운다"고 말했다.
이씨도 "미디어 속 비치는 장애인들은 항상 불행하거나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은 영웅 같은 모습"이라며 "저런 모습이 평범한 장애인들의 현실이 아니란 생각에 영상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씨와 이씨는 모두 후천적 장애인이다.
안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뇌수종을 앓은 후유증으로 시각장애인이 됐고, 이씨는 군 생활 9년 차에 자전거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안씨는 "사실 통계적으로 장애인의 절대다수가 후천적 장애인"이라며 "대부분의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삶에서 만나지 못하다 보니 이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이 불편하고 당황스럽겠지만 그 삶이 거기로 끝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씨도 "장애 수용이 아직 완벽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들이 불행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평범하기도 한 존재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안씨와 이씨는 지난달 17일 밀알복지재단에서 장애인권익옹호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위촉시켜준 것 같다"며 "장애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불편하다'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그저 또 하나의 다름으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바로 옆에서 전동휠체어에 앉은 친구는 불판을 보며 언제 고기를 뒤집을지 알려준다.
시각장애인 안승준(41)씨와 척수장애인 이원준(43)씨가 지난해 7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 내용이다. 조회 수 10만 회를 넘긴 이 '우중캠핑' 영상에서 둘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고기를 굽는 모습이 친구들과 캠핑을 온 여느 캠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안씨는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제 삶은 마흔 살 즈음의 결혼 안 한 총각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술을 마시면 풀어지기도 하고, 학교 선생님으로 일할 때는 엄숙하기도 했다가 어느 자리에선 가벼운 농담도 하죠"라고 말했다.
안씨와 이씨는 2020년 12월부터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TV'에 출연하고 있다.
이들은 영상 속에서 장애인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는가 하면, 심지어는 패러글라이딩이나 우중캠핑에 도전한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장애를 주제로 거침없는 농담도 오간다.
이씨가 '빙판길에 휠체어가 미끄러져 빙글빙글 돌았다'고 말하자 안씨는 "김연아의 트리플 악셀이냐"고 농담을 던진다.
안씨의 시각장애에 대해 둘이 '뵈는 게 없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안씨는 "제 목표는 장애가 건강한 놀림거리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친구들끼리 서로를 가볍게 놀리는 것들은 친근함의 표시 아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에 대한 농담에서 사회가 유독 엄숙하게 반응하곤 하는데, 미디어에서 비치는 불우하거나 초인적인 장애인이 아닌 현실 속 장애인의 유쾌한 삶을 보여줘야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친구가 되고 통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디어가 장애인을 그리는 방식이 '불우함'과 '초인'에 국한되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씨도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장애인의 모습이 불우하거나 초인적이거나 둘 중 하나다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굴절되어 받아들여지곤 한다"며 "(장애에 대해) 슬픈 이야기를 하면 슬퍼서 울지만 웃기게 얘기하면 '저런 얘길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며 또 운다"고 말했다.
이씨도 "미디어 속 비치는 장애인들은 항상 불행하거나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은 영웅 같은 모습"이라며 "저런 모습이 평범한 장애인들의 현실이 아니란 생각에 영상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씨와 이씨는 모두 후천적 장애인이다.
안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뇌수종을 앓은 후유증으로 시각장애인이 됐고, 이씨는 군 생활 9년 차에 자전거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안씨는 "사실 통계적으로 장애인의 절대다수가 후천적 장애인"이라며 "대부분의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삶에서 만나지 못하다 보니 이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이 불편하고 당황스럽겠지만 그 삶이 거기로 끝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씨도 "장애 수용이 아직 완벽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들이 불행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평범하기도 한 존재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안씨와 이씨는 지난달 17일 밀알복지재단에서 장애인권익옹호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위촉시켜준 것 같다"며 "장애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불편하다'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그저 또 하나의 다름으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