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상' 고강혁 교수 "추경 효과 미지수…재정 인플레 우려 키워"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재정정책의 소비진작 효과가 정부 기대를 밑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정부 씀씀이가 물가를 높이는 '재정 인플레이션' 등의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고강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7일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한 제39회 청람상을 받은 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이같이 밝혔다. 청람상은 탁월한 연구 실적을 거둔 만 45세 미만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국경제학회가 수여하는 상이다. 고 교수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난지원금과 의료보험과 재정·보건정책 영향 등을 실증 분석하는 연구를 주로 진행해왔다.

지난해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소비로 지출한 금액 비중)을 24.4%로 산출한 한 논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예컨대 10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받은 사람은 그 가운데 고작 2만4400원만 소비한다는 의미다. 재난지원금의 소비진작 효과가 과거 불황기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실증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고 교수는 "1차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연구 방식에 따라 24~70%로 크게 엇갈렸다"며 "소비진작 효과를 가늠하기도 어렵고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정책적 함의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경과 재정정책은 보다 합리적인 근거와 증거를 기반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연구 계획에 대해 "보험과 연금, 재난지원금 등 현금지원 정책 등을 주제로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한편 연구 영역도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아탑'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의 문제를 고민하는 경제학자들이 늘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고 교수는 "응용미시경제학을 비롯한 현실 문제에 밀착해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늘고 있다"며 "정책과 현실에 보다 유용한 연구 결과물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제학회 학술상은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논문과 전영섭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장희인 한국전력공사 선임연구원, 허윤지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공동작성한 논문이 수상했다. 최호진학술상은 김기태 성균관대 명예교수(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가 선정됐다.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 논문상은 한국은행 윤영진 박사(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의 국내 외환시장 안정 효과)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일 비대면으로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정기총회에서 열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