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의 Fin토크] "카카오페이에 너무한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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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금융부 기자“우리나라 언론 참 너무해. 류영준 대표한테 ‘먹튀’라는 표현은 심한 거 아니에요?”
카카오 사정을 잘 아는 핀테크업계 경영인 A씨에게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매각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당사자의 정무적 판단이 미숙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정도로 매도당할 일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카카오페이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면 A씨 말은 맞는 면이 있다. 류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개발자 출신으로 2011년 카카오에 입사해 ‘보이스톡’을 개발해낸 주역이다. 보이스톡 대성공 이후 창업에 도전하려고 2013년 사표를 냈지만 카카오가 붙잡았다. “하고 싶은 거, 회사 안에서 해보라”고. 향후 10년을 주도할 아이템으로 핀테크에 관심을 두고 있던 류 대표의 후속작이 카카오페이였다. 분사 이후에도 그는 지분이 없었고 월급과 스톡옵션만 받았다. 그 스톡옵션의 일부를 상장 한 달 만에 현금화했다가 이 사달이 난 것이다.
‘판교 관점’에서 보면 류 대표의 선택은 자연스러운 엑시트(exit)였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월간 접속자 2000만 명을 넘어섰고 1인당 연간 결제액은 132만원까지 불어났다(지난해 3분기 기준). 수많은 ‘OO페이’가 난립하던 시장에서 선두권을 굳힌 경영 수완을 단순히 ‘카카오발’이라고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다.
'핀테크 대표주'의 불미스러운 논란
지난 두 달여 동안 핀테크업계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카카오페이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그러나 방어막을 쳐주는 사람은 A씨가 거의 유일했다. 카카오페이처럼 화려한 증시 데뷔를 꿈꾸고 있는 동종업체에서조차 의외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린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B대표는 “카카오페이를 포함한 대다수 빅테크의 수익구조는 아직 수수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시장 평가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C대표는 “일반적인 대기업이라면 본사에 주식 매도 계획을 알렸을 때 제동이 걸렸을 법한데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비판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해야
경영학 교수들에게서는 더 매서운 쓴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성과와 성공에 매몰된 핀테크업계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핀테크산업의 고속 성장은 기업들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다”는 비판이 인상 깊었다. 모빌리티나 헬스케어 업종을 생각해보자. 스타트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 규제가 부지기수고, 전통산업 종사자들이 분신(焚身)을 불사하며 필사적으로 반발하기도 한다. 핀테크도 규제는 깐깐하지만 그래도 순탄하게 커왔다. 금융혁신에 대한 우호적 사회 분위기, 금융당국의 전향적 육성 정책, 세금이 투입된 매칭펀드 지원 등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기자는 카카오페이 사건을 ‘먹튀’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A씨 지적에 동의한다. 도덕적 해이로 비난할 순 있어도 불법은 없었다. 다만 기업과 투자자의 중간점에 서 있는 입장에서 회사의 대응이 매우 실망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카카오페이는 ‘투자의 대중화’를 강조하며 182만 명 넘는 국민을 소액주주로 끌어모았다. 상장사는 주가와 관련한 모든 사항에 성실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류 대표는 “불편한 감정을 느낀 분들께 송구하다. 상장사 경영진의 책임감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는 모호한 입장문만 내놓고 침묵했다. 시간을 허비하다가 카카오 본사 경영진이 통째로 교체되고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방지법’ 얘기가 나오는 지경이 됐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이번 논란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온다. 류 대표는 불참하고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를 비롯한 다섯 명이 참석한다. 주식 매각 임원진 여덟 명 중 사표가 반려된 다섯 명이 함께 나온다. 어떤 입장을 밝힐 계획인지 카카오페이에 물으니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그간의 경위와 앞으로의 각오를 소상하게 밝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카카오페이는 ‘핀테크 대표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