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까지 얻었다…MC부터 가수까지 '진격의 그녀들'

가상인간, 활동영역 확대…광고 이어 MC·가수로 데뷔
가상현실 익숙한 MZ세대 공략 나선 기업들
사진=연합뉴스
#"단어만큼 어려운 게 아니었네. 우리가 평소에 환경을 위해 하는 작은 행동들이 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거지?"

지난달 신한라이프가 유튜브에 공개한 ‘선을 넘는 인터뷰’ 영상에선 가상인간 로지가 진행자로 나서 입담을 뽑냈다. 연예인 홍석천, 신한라이프 ESG 자문대사인 최재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와 비대면으로 만난 로지는 ESG에 대한 이야기를 이처럼 능수능란하게 전달했다.
'목소리'를 얻은 가상인간들이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국내 1호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부르는 곳이 많은 로지가 대표적이다. 본업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보다 광고업계에서 더 자주 얼굴을 볼 정도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로지는 보험사(신한라이프) 광고에 이어 자동차(쉐보레) 골프복(마틴골프) 패션브랜드(질바이질스튜어트) 편의점(GS25) 패션 온라인 쇼핑몰(W컨셉) 라면(틈새라면) 등까지 여러 브랜드의 광고모델을 맡아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중국 SNS 웨이보에 진출하며 국제적으로 얼굴을 알렸고, 넷플릭스 드라마 단역 출연도 추진 중이다.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과 딥러닝을 바탕으로 선보인 래아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손잡고 가수로 데뷔한다.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가수 윤종신이 직접 이 프로젝트에 직접 나서 노래와 목소리를 프로듀싱한다.이에 따라 앞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 당시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접한 래아의 목소리를 멜로디와 함께 감상하게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데뷔에 이어 콘서트에 나서는 가상인간도 있다. 아티스트·미디어 에이전시 휴맵컨텐츠가 대체불가능토큰(NFT) 연계 프로젝트로 선보인 아이돌 콘셉트 가상인간 '유나'는 다음달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콘서트를 열 계획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유명 아이돌의 프로듀싱을 맡은 이현승 프로듀서가 작업을 맡아 유나의 첫 번째 사운드트랙을 선보인 바 있다.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 등에도 가상인간의 활약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가상인간 '루시'를 기획해 모델과 쇼호스트로 데뷔시켰다.버추얼 인플루언서 제작사 네오엔터디엑스가 만든 가상인간 '리아'도 지난달 라이브커머스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라이브방송에서 김을 팔았다.
사진=미스틱스토리
금융업계에서도 AI를 기반으로 한 가상인간의 등장이 줄을 잇고 있다. KB국민은행은 AI 은행원 키오스크를 영업점에 도입했고, NH농협은행은 가상인간인 AI은행원 2명을 선보였다.

중국에선 한 대기업이 가상인간 직원을 ‘올해의 최우수 신인사원’으로 선정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는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가 메타버스와 가상인간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점, 화제성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가상인간은 몸값이 고공행진하는 스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이목을 끌 수 있지만, 평판 리스크와 일정 및 컨디션 관리 등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최근 로지를 제품 광고모델로 기용한 팔도의 마케팅 담당자는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를 겨냥해 신규 브랜드 모델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를 발탁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이 2025년 14조원으로 뛰어 인간 인플루언서(전망치 13조원)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