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친노' 尹 '결단' 安 '기득권 해체'…대선판 소환된 盧

대선 한달 앞 盧 향수 자극하며 지지층 외연 확대 포석…강조점은 달라
3·9 대통령선거가 한달 남은 시점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 한복판으로 소환된 모양새다. 전례 없이 우위를 가리기 힘든 '안갯속' 대선에서 후보들이 저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지지층 확대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가는 적자임을 거듭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그 참혹했던 순간을 잊기 어렵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이어진 즉석연설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고 문재인의 꿈이고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말한)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이재명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가운데 아직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일부 친노·친문 표심을 겨냥해 자신이 참여정부의 계승자임을 부각한 대목으로 해석됐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도 7일 기자들에게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에 가상의 노 전 대통령이 등장해 이 후보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일부 친노·친문 지지층의 항의를 받고 삭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옳은 길이라면 외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결단을 강조한다.

국익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이라크 파병 등 진보 진영이 반대한 정책도 관철한 것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저는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라고 말하면서 잠시 말문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목이 멘 이유에 대해 "본인이 지지하는 정치 세력에서 극구 반대하는 해군기지 건설을 국익이라는 원칙에 따라 결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과 평화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는 일 자체가 보수진영 후보로서 이례적인 행보라 이를 통해 윤 후보가 중도층, 더 넓게는 일부 진보층의 지지까지 아우르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작년 11월에도 봉하마을을 방문해 "국민 사랑을 가장 많이 받으신 분"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잘 배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진영 논리가 아닌 통합의 정치를 추구한 노 전 대통령의 노선을 자신이 정치하는 이유인 거대 양당의 기득권 해체와 동일시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노무현이 없는 지금 누군가는 일생을 걸고,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상대방의 실수와 반사이익만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진영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그 일, 미약하지만 저 안철수가 걷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선거구제 개편과 대연정 등 진영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언급하고서 "저는 거대 기득권 정당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 우선의 개혁적 실용주의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부산 범일동이 안 후보가 자란 범천동 바로 옆이라며 연고지가 같은 점도 내세웠다. 안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또 지역 차별에 대한 문제 인식 그런 점에서 저는 그 길을 걷고 있다는 뜻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