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있을 때 구매하세요"…명품시계 값 줄줄이 오른다

바쉐론 콘스탄틴 브라이틀링 태그호이어 등
"곧 인상" 소문 구매 유도도
바쉐론 콘스탄틴. /한경DB
“설 연휴도 지났고 곧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전해 들었어요.”
“올해 초 인상 가능성이 높으니 물건이 있을 때 구매하세요.”
7일 서울 강남의 유명 백화점의 명품시계 매장 직원들은 이같이 말하며 구매를 유도했다. 최근 명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면서 명품시계도 이미 값을 올리거나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백화점 시계 매장에서 매출 1~2위를 다투는 간판 브랜드인 롤렉스를 포함해 3대 시계 명품으로 꼽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값을 올렸다. 브라이틀링, 태그호이어, 예거 르쿨르트, 제니스 등 주요 시계 브랜드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달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100만원 내외 인상했다. 직경 35mm의 에제리 셀프 와인딩은 5700만원으로 직전 가격에 비해 150만원가량 올랐다. 40mm 짜리 56 셀프 와인딩은 2960만원에서 3050만원으로 약 3%(90만원) 인상됐다.
태그호이어. /한경DB
브라이틀링, 태그호이어 등도 이달부터 5%가량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브라이틀링의 예물시계 시리즈 대표 모델로 꼽히는 슈퍼오션 헤리티지의 경우 골드 기준 653만원에서 685만원 선으로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 롤렉스, 예거 르쿨트르, 제니스 등은 이미 지난달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명품시계 가격 인상은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되풀이된다. 명품시계 제품은 기본적으로 수백만원~수천만원대 고가(高價) 제품이라 인상률은 크지 않아도 인상액은 상당히 오르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1~2%만 올라도 소비자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씩 뛴다.그럼에도 소비자들이 가격인상 관련 정보를 미리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실정. 한 명품시계 매장 관계자는 “직원들도 가격이 오르기 하루이틀 전에야 상세 가격 정보를 통보를 받는다. 소비자들에게 미리 알리기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더군다나 가격 인상에 대한 ‘본사 지침’은 실제 인상 시점에 임박해 내려오는 탓에 소비자들 피해도 적지 않다. 불과 며칠 사이에 수십만~수백만원을 더 내거나, 가격 인상설을 믿고 구매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말 결혼 예물로 롤렉스 시계를 구입했다는 회사원 박모 씨는 “1월 매장 직원으로부터 가격 인상 조치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한 달 전 미리 제품을 구입했지만, 해당 제품은 되레 값이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롤렉스 제품들. /한경DB
지난달 롤렉스는 서브마리너, 데이저스트 등 인기 모델 가격을 8~16%가량 올렸지만, 일부 상품은 오히려 가격을 내렸다. 데이저스트 31㎜ 모델 오이스터스틸·옐로우골드 모델은 1818만원에서 1680만원으로 138만원(8%) 인하됐다. 일부 인기 브랜드는 소비자가 시계값 전액을 결제하고 대기하는 도중이라도 가격이 인상되면 제품을 수령할 때 인상분을 더 내게 하는 업체들 방침도 논란거리다.

하지만 이같은 기습 인상과 불합리한 판매 정책에도 소비자 구매는 계속 증가세다. 일부 롤렉스 매장은 대기 손님이 끝없이 몰리자 지난해 말부터 ‘전일 예약제’로 예약 방법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당일 예약을 받아 소비자들이 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을 했지만, 이제는 전날 저녁에 대기표를 부여하고 다음날 순차적으로 호출해 입장하는 식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