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탄소세 도입’…기후변화 대응 보고서 낸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식품업계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와 기회요인, 나아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았다. CJ제일제당은 사내탄소세 도입과 스코프 3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CJ셀렉타 Deforestation-free 대두 농장 사진 전경 이미지.사진 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및 제로웨이스트 실현’을 선언한 뒤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를 발간했다. 식품업계로서는 최초다. 기후변화 대응을 선언함과 동시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와 수단을 문서로 ‘공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에는 사업장 온실가스 저감 대책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직접 연관된 용수·폐기물 등에 대한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 위기가 아닌 글로벌 공동체가 당면한 중대 이슈다. 특히 자연에서 소비자 식탁으로,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Nature to Nature’ 자연 선순환 체계를 지향하는 기업으로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보고서 발표는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드는 글로벌 공동체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이자 약속”이라고 밝혔다.

보고서 디자인 역시 CJ제일제당의 지향점인 ‘Nature to Nature’를 형상화한 뫼비우스의 띠를 활용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추구하면서 최종 목표점인 선순환 체계까지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미주·유럽부터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의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했다. TCFD 정보 공개는 기업이 보유한 잠재적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파악해 기후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CJ제일제당은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와 기회를 정의해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2050 탄소중립 및 제로웨이스트’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할 중장기 핵심 전략이 담겨 있다. 사업장 탈탄소에너지 전환, 제품과 솔루션의 친환경 혁신, 공급망·협력사 등 밸류체인 전반의 그린 파트너십 구축 등 3가지다. 3대 핵심 전략을 토대로 12가지 세부 과제를 공개했다.

모든 사업장의 온실가스는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25% 감축한다. 재생에너지 전력 100% 전환을 위해 미주·유럽부터 화석연료는 재생·바이오 에너지로 100% 전환한다. 2050년까지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한다. 물 사용의 효율성도 개선한다. 수자원이 취약하지만 취수량이 많은 중국·인도네시아 사업장부터 물 사용 저감을 위한 단계적 설비투자에 들어간다. 제품 생산량당 취수량을 최대 20%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 사업장은 재활용률이 이미 85%에 육박한다. 올해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햇반 용기 수거 캠페인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도 자원 순환을 위한 업사이클링 사업 중 하나다. 매립률은 0.4%로 매립 제로화 수준을 달성했다. 이러한 국내 경험과 역량을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 203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 매립 제로화를 목표로 공개했다. 식품 기부 및 재활용을 통해 식품 손실과 폐기량 역시 50% 감축한다.

CJ제일제당의 202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401만3000톤 CO2다. 사업장 내 에너지 연소와 공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스코프 1)이 전체의 66.6%, 외부 에너지 구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2)이 33.4%를 차지한다. 사업장 내 직접 배출되지 않는 스코프 3 측정을 위해서는 올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원재료 조달, 수송 및 물류, 제품 사용·폐기 등 비즈니스 내 발생하는 간접적 배출량을 협력사와 함께 측정한다. 주요 제품의 생애주기(life cycle) 내 환경영향 평가 기반도 마련한다. 이렇게 자사 밸류체인 전체를 측정할 수 있도록 1분기 내 TF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확한 배출량 측정 및 중장기 감축 목표는 내년에 수립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사진 제공=CJ제일제당
ESG 연계 대출로 투자 재원 마련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은 2020년 대비 25.6%다. CJ제일제당은 이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 친환경 스팀 아웃소싱, 재생에너지 전력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발효 고효율 균주 개발, 축산 분뇨 바이오가스화를 꼽았다.

주로 전력 전환을 통한 에너지 전환을 수단으로 공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꼽은 자사의 강점이기도 하다. CJ제일제당은 2015년부터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전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전력 도입, 공정 에너지 사용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고 있다. 이러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통해 앞으로 에너지 전력 전환을 글로벌 사업장까지 확대해 밸류체인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한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 논의 단계에 있는 사내탄소가격제도 키워드로 공개했다. CJ제일제당은 달성해야 할 전략 과제의 이행을 위해 성과 평가 체계 구축과 함께 사내탄소가격제, 혁신성과 보상프로그램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내부탄소가격제는 자산을 인수하거나 설비투자를 검토할 땐 미래 캐시 플로(현금 유동성)에 잠재 탄소비용 부담을 적용하는 것으로 세부 운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 재원은 ESG 연계 대출 등을 적극 활용한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싱가포르 DBS은행과 맺은 1500억원 규모의 ‘ESG경영 연계 대출’ 계약이 대표적 예다. 통상 회사채 발행 대비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협의한 ESG 목표를 달성할 경우 대출금리 추가 인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특별판으로 지난해에만 별도로 발행했다. 올해부터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TCFD 프레임워크에 따른 CJ제일제당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 에너지 전환, 온실가스·용수·폐기물 감축 성과가 함께 공개된다. 장민아 CJ제일제당 ESG센터장은 “기후변화를 기업의 위기뿐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사업장 탄소감축과 운영 혁신 추진은 물론 제품과 솔루션 단계에서도 소비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지속 가능한 신사업·기술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