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연합, 쿠데타 4개국에 유례없는 동시 회원 정지

1년 새 4개국 한꺼번에 회원 정지는 처음…이스라엘 지위 논란 논의는 유보
55개 회원국을 둔 아프리카연합(AU)이 최근 쿠데타가 발생한 부르키나파소를 포함해 사상 처음으로 4개국의 회원 자격을 일시에 정지한 상황이라고 AF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U는 이날까지 이틀 일정으로 끝난 제35차 일반 정상회의에서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대륙 내 쿠데타 바람을 규탄했다.

방콜레 아데오예 AU 평화·안보이사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AU 역사에서 1년 사이 즉 12개월 동안에 네 나라가 자격이 정지된 적은 없었다"라면서 "회의에 참여한 모든 아프리카 지도자가 비헌법적인 정부 변화 바람을 명백하게 규탄했다"고 말했다.

AU는 아프리카 역내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20년 전에 출범했으며 평화·안보이사회는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 준하는 역할을 AU 내에서 한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지는 채 2주도 안 됐으며 앞서 군사 정변이 일어난 기니, 말리, 수단 등도 회원국 자격이 정지됐다.

무사 파키 마하맛 AU 집행위원장도 이러한 쿠데타 바람에 대해 "아프리카에서 쿠데타가 아주 많았던 시절로 퇴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 이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U는 장기 집권한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전선에서 사망한 이후 군사 평의회가 권력을 장악한 차드에 대해서는 회원국 자격을 정지하지 않아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데오예 의장은 쿠데타 지도자를 벌하기 위해 회원 자격을 정지한 AU를 높이 평가했지만, 분석가들은 AU가 좀더 적극적으로 쿠데타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논란이 된 이스라엘 옵서버 자격 부여에 관한 논의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파키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7월 이스라엘에 옵서버 자격을 일방적으로 부여하자 유력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알제리는 팔레스타인 영토를 지지하는 AU 성명에 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정상회의 의제로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파키 집행위원장은 회의 첫날 이미 아프리카 44개국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고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AU는 통상 합의제를 우선하지만, 파키 집행위원장의 결정을 뒤집으려면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불분명했다.

대신 6개국 위원회가 해당 이슈를 연구할 것이라고 외교관들이 이날 AFP에 밝혔다.

남아공과 알제리 외에 파키 집행위원장의 견해를 지지하는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카메룬, 나이지리아 등이 6개국 연구모임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AU는 또 15개월째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 북부지역 티그라이 내전을 정상회의에서 폭넓게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전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온 인권단체들은 이와 관련, AU 본부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기 때문에 내전 당사자인 에티오피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으나, 아데오예 의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지난해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연례 정상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으며, 이번 회의는 1년 임기의 AU 순회 의장에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을 선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