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의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사태를 진정시킬만한 여러 제안을 했고,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선택지 중 일부는 위기를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만찬을 곁들여 5시간 넘게 진행한 정상회담을 마치고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AFP, 로이터, 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은 채 "마크롱 대통령의 생각과 제안들은 앞으로 나아갈 단계의 근거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8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를 마치고 나서 다시 한번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민감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노력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도 말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나 서방에 적대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있다며 나토와의 국경으로 접근하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며 평화를 위한 모든 기회를 걷어차는 것은 오히려 우크라이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토의 확장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면서 이는 러시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크림을 반환하려 시도하면 유럽 국가들은 자동으로 러시아와의 무력 분쟁에 끌려들어 오게 된다"면서 "그러면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핵강국 가운데 하나임을 상기시키면서 "러시아의 우려는 유럽 전체의 안보와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지난달 26일 서면 답변에선 나토의 추가 확장 금지, 러시아 인근으로의 나토공격무기 배치 금지, 유럽내 나토 군사 인프라의 1997년 이전 상황 복귀 등과 같은 러시아의 핵심 주장들이 무시됐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나토에 답변을 보낼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핵심 요구들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답을 받길 원하며 아직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사태가 마침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몇 가지 선택안들을 살펴봤다"면서 "이 선택안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푸틴 대통령에게 구체적 안전보장 제안을 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이를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이 기간에 심도 있는 토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봤다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평화협정'이 철저하고 완전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 안전보장을 위한 새로운 혁신적 해결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기존의 합의를 해치는 것이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련국 간의 집중적인 외교적 접촉이 쉽지는 않겠지만 결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 수장인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유럽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최근 들어 3차례 전화 통화를 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빈번하게 연락을 취했다. 그 사이사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등과도 틈틈이 소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