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직원 야근시키려면 매번 개별 동의 받아라?

마트노조가 여성 조합원들의 '개별 동의' 없이 10시 이후 근로를 시키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근로를 거부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에게 밤 10시를 넘겨 야간 근로를 시키려면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연봉계약서를 통해 일괄 동의를 받는 방식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매번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 대형마트 업계는 난감함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에서는 연장근로 관련 조항 등 여러 법문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다만 연장근로 동의를 어떤 형식으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에서 따로 설명하고 있진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마트노조의 '신박한' 주장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서비스연맹 마트노조가 지난달 26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SSG.COM 등을 대상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무 동의 절차를 지켜라"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귀사가 계약서를 통해 당사자들에게 선택의 여지 없이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은 위법하다"며 "매번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라"고 요구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은 근로기준법 70조다. 해당 규정은 "사용자는 18세 이상의 여성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려면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모성보호를 위한 야간근로 제한 조항으로 야간근로를 시키려면 동의를 얻으라는 취지다.

마트 측은 이미 연봉계약서 등에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동의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동의를 받았고 야근수당도 법에 따라 전부 지급한 상태라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한다.반면 노조 측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별도의 동의를 구하는 형태가 아니라 연봉계약서를 통해 받는 것은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 해석을 두고 양측이 '모 아니면 도' 싸움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연봉계약서를 통해 동의를 받은 게 위법이라면 '동의 없는 근로 강제'가 문제 된다. 위법이 아니라면 조합원들의 업무 거부가 근로 계약 위반에 해당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야간 수당 등은 다 지급했기 때문에 임금체불의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연장 근로시 마다 개별 동의 받을 필요는 없어"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1주 40시간으로 정하면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1주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이나 연소자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데에도 당사자의 합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많은 경우 편의나 실질적인 한계상 근로계약서 등에서 한꺼번에 동의를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은 연장근로 합의를 근로할 때마다 받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심지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을 통한 포괄적인 동의도 긍정하는 입장이다(대법원 1993.12.21. 선고 93누5796). 이런 현행법 해석 상으로는 연봉계약서를 통해 동의를 받는 것이 위법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의견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최석환 서울대 교수는 2020년 발간한 논문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근로시간 연장에 대한) 진의 확보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있다"고 지적한다. 근로자 대표 등을 통해 집단적 동의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최 교수는 같은 논문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규모가 커지고, 3차산업 발달로 야간휴일 근로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경직된 규제는 여성에 대한 고용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근로기준법 상 여성의 10시 이후 야간근로 동의 조항은 노사관계에서 흔하게 문제가 되는 조항은 아닌 만큼 노조가 이 조항까지 들고 나온 배경에는 기본급 개편 요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트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마트 근로자를 예로 들면 주5일 하루 7시간 근무를 하는데 92만원을 받고 있다"며 기본급을 올려 달라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이마트 측은 "수당 등을 다 합치면 급여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그룹사 투자 수익인 배당이익도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지급했다는 설명이다.다른 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서 야간 근무시간대를 없애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크게 문제 될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