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부터 갚아라…주담대 갈아탈 땐 '금리인하요구권'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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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레버리징 시대…자산 리밸런싱 어떻게 할까맞벌이 부부인 최모씨는 지난해 초저금리를 활용해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다. 주택담보대출 5억원으로 내집마련에 성공한 데 이어 마이너스통장(마통) 2000만원으로 주식 투자에도 나섰다. 신차 프로모션을 받아 60개월 할부로 자동차를 구매한 뒤라 부담이 컸지만, 자산가격 급등 흐름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투자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상승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빚투'부터 줄이자
마통으로 주식투자 한다면
일부 매도해 대출부터 갚아야
주담대, 가산금리 따져 고정으로
자동이체 등으로 우대금리 높여야
한국은행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돈줄 조이기에 나서면서 연초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 올해 최소 두 차례, 미국 중앙은행(Fed)은 서너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앞으로도 대출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최씨 부부처럼 초저금리를 지렛대로 삼아 부동산·주식·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라면 앞으로는 자산과 대출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조정해 빚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디레버리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성희 농협은행 NH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올해는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투자를 줄여 현금을 확보하고, 늘렸던 대출을 갚아나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일단 신용대출 ‘빚투’부터 줄여야
최씨 부부처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을 안고 있는 경우라면 어떤 대출부터 줄이는 게 좋을까. 김 위원은 ‘빚투’부터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마통을 활용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면 투자금을 일부 매도해 대출부터 갚는 것을 추천한다”며 “올해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피로감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가파르게 치솟는 신용대출 금리도 부담이다. 지난해 2%대 중후반이었던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1년 만에 4%대까지 올랐다. 투자로 연 4% 넘는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다면 대출 이자도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단, 대출을 갚더라도 마이너스통장 한도까지 줄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김 위원은 “강화된 대출 규제로 향후 추가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한도 감액은 자금 계획을 고려해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 유의사항은
금리 상승기 주택담보대출은 기본적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유리하다. 최씨 부부의 경우 현재 1년 주기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5년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대출 실행 전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미 받아 놓은 대출의 가산금리부터 확인해봐야 한다.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구성되는 대출금리 가운데 가산금리는 변동·고정형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 만기까지 변하지 않는다. 최근 가산금리가 많이 오른 만큼, 예전에 받은 대출의 가산금리가 갈아타려는 대출보다 현저하게 낮다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도 갈아타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대출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같은 은행에서 대환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은행도 많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또 최초 대출 당시와 비교해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달라졌다면 새로운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김 위원은 금리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우대금리를 높이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대출 은행으로 급여 이체, 카드 이용, 자동 이체 등 실적을 모아 우대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챙기는 게 바람직하다.
금리인하요구권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연봉 또는 재산이 늘었거나 직장에서 승진하는 등 경제적 여건이 좋아진 경우 증빙 자료를 갖춰 금융사에 대출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김 위원은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대출뿐 아니라 자동차 할부에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꼭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