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 계급장 뗐다' 북한 권영진 총정치국장, 대장으로 강등

충성경쟁 유도·군기강 확립 등 길들이기 차원서 계급 수시 조정
북한군의 당사업과 인사를 총괄하는 권영진 총정치국장의 계급이 차수(원수와 대장사이 계급)에서 대장으로 한 단계 강등됐다. 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관련 사진에서 권영진 어깨에는 별 4개가 박힌 대장 견장이 달렸다.

지난달 1일 공개된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때 사진에서는 왕별 속에 국장이 그려진 차수 계급장이 달려 있었는데 약 한 달 만에 한 계급 내려간 것이다.

권영진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10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는 리영길 국방상보다 먼저 호명됐지만,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리 국방상 다음으로 이름이 불려 강등을 뒷받침했다. 권영진은 지난해 1월 상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했고, 이후 차수를 달았다가 다시 대장으로 강등된 것이어서 그가 지난해 말 이후 모종의 업무상 과오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 군 간부 인사를 '군 길들이기' 방안으로 활용했는데 최근에는 이미 군을 장악했다는 자신감 속에 강등과 승진을 채찍과 당근으로 쓰는 모습을 보였다.

수시 군 인사로 간부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면서 군 기강을 잡고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군을 당의 영도와 통제 속에 가두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군 서열 1위였던 리병철이 군 원수복도 입지 못한 채 인민복을 입은 모습이 노출됐고, 군 2위 박정천도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책임 간부들이 비상 방역전에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함으로써 중대 사건을 발생시켰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 박정천은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로 선출돼 다시금 권력의 핵심으로 복귀하면서 오히려 군 서열 1위로 올랐고 리병철은 현재 정확한 보직조차 불분명해져 엇갈린 운명을 겪었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기존 상장에서 중장으로, 김충일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이 중장에서 소장으로 각각 강등된 사실이 확인됐다.

총정치국은 군의 당 정치사업, 군 간부 선발, 군사작전 명령서에 대한 당 차원의 통제 등을 총괄하는 기구다.

총정치국장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표방하던 시절에는 독보적인 군 서열 1위였지만, 김정은이 집권해 당을 앞세우기 시작한 이후로는 서열이 밀려났다. 최근에는 총정치국장이 당연직처럼 여겨졌던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도 오르지 못하면서 권력 순위 뒷전으로 처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