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연결되면 세상이 좋아질까…예기치 못한 '소셜온난화'

소셜미디어 어두운 그림자 살핀 찰스 아서 신간
지난 4일,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김인혁 선수가 세상을 떠났다. 부상 등으로 고전하던 그는 수년 동안 악플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년 동안 절 괴롭혀 온 악플들 이제 그만해주세요.

버티기 힘들어요. 이젠"이라고 호소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튿날인 5일에는 유튜브와 트위치에서 활동해온 BJ잼미(본명 조장미)가 지난달 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은 "장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수많은 악성댓글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고 그것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를 통해 더 많이 연결되고 더 많이 소통함으로써 삶과 세상이 더 나아지리라 기대했다.

다수의 시민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열린 광장이 돼주리라 낙관한 것이다. 현실은 어떨까? 가짜 뉴스를 내세운 선전선동이 마구 퍼져 나가고, 서로를 즉흥적으로 부정하며 충돌하는 게 일상사가 돼버렸다.

물론 소셜미디어는 긍정적 측면도 많지만, 앞의 두 사례에서도 보듯 한편으로는 암울한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검증된 지식과 건전한 토론이 사라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휘둘리고, 자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주는 알고리듬에 갇혀 급기야 확증편향에 빠져들고 만다.

그 틈바구니에서 거대한 테크 기업들은 수수방관하며 수익 창출에 골몰한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과학과 테크놀로지 분야만 30년 넘게 파고들어온 찰스 아서는 이런 흐름을 자신의 책 제목처럼 '소셜온난화(Social Warming)'로 규정한다.

폭발적 성장과 발전이 초래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일으켜 지구온난화와 기후재앙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소셜미디어로 더 자유롭고 쉽게 표현하고 연결된 탓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게이트키퍼 대신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득세하며 사회의 온도를 올려 들끓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셜온난화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가 상호 작용하면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는 2007년에 등장한 아이폰이다.

이후 불과 10여 년 만에 스마트폰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보유할 만큼 필수품이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은 페이스북, 트위터, 왓츠앱,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에 접속하지 않으면 사회적 단절을 감수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둘째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들이는 게시물이 뭔지 알아내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했다는 사실이다.

노출된 콘텐츠들을 계속 증폭시키는 한편으로, 사용자들을 더 자주 로그인하게 하고 더 오래 연결 상태에 머물게 만든다.

문제는 알고리듬에 인간과 같은 도덕 관념이 없다는 점. 알고리듬은 그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해 가장 큰 반응을 보일 만한 콘텐츠만 무작정 찾아서 상단에 추천하고, 동조 효과가 극단화하면서 각종 혐오 발언과 과격 행동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나게 된다.

이런 증폭 현상에 대한 규제나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소셜온난화의 세 번째 요소로 저자는 꼽는다.

사람들의 주목과 참여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선전선동 또한 난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주된 수익 수단인 광고가 있단다.

소셜미디어에서 형성된 여론은 선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정치 세력은 이런 현실을 절묘하게 이용한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캠프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캠페인을 전례 없이 대규모로 펼쳐 특히 중도층의 투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진영의 디지털 캠페인 책임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덕분에 우리가 승리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저자는 이와 유사한 상황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둘러싸고도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백신 반대 커뮤니티가 조직됐고, 그들은 중력장과 같은 역할을 해 백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과 백신의 역사, 백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것. 이른바 안티백서(Anti-vaxxer·백신반대론자)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다.

따라서 증폭의 알고리듬과 바이럴 마케팅이 결합하는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서 땜질 처방만 내놓는다면 소셜온난화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승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472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