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20년 전 오노 때와 똑같아…욕 나온다"

"바람만 스쳐도 실격줄 것 알고 있었다"
"국민 한 사람으로 욕 나오고 열 받아"
"외국 손님 초대해 놓고 들러리 세워"
"보이콧? 끝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김동성. / 사진=연합뉴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미국 대표팀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과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김동성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실격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동성은 8일 "저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 전부터 아내에게 '비디오 분석 아무 의미 없어', '바람만 스쳐도 실격 줄 거야'라고 말했다"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김동성은 전날 경기에 대해 "국민 한 사람으로서 욕 나오고 열 받는다"며 "실격될 만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황대헌과 이준서 선수를 실격 처리 시켜 버리는 걸 보고 화가 났다. 과연 '선수들을 위한 올림픽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외국 손님 초대해 놓고 들러리 세워 놓은 것 같다. 4년을 준비한 선수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거라면 아예 개최를 안 하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선수단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국민 여러분은 제소하면 바뀔 거라 기대하시겠지만, 안타깝게도 아마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제소하는 이유는 남은 경기에 피해 보지 않기 위한 포석일 것이다. 심판진에게 '함부로 하지 마'라고 경고를 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 빅토르 안(안현수). / 사진=뉴스1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 빅토르 안(안현수)에 대해선 "사람이 추구하는 게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명예를, 어떤 사람은 돈을 추구한다"며 "제가 운동하던 90년대는 국가를 위해 뛰었고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세대가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제가 뭐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분노한 시민들 사이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끝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보이콧한다고 해서 좋아할 사람이 누구겠냐"며 "(중국이) '그럼 우린 더 좋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제일 잘 타고 강한 종목이 1500m다. 중국보다 체력이 낫다. 1500m에서 확실히 도장을 찍어준다면 흐름이 한 번에 바뀔 수 있다"고 응원했다.

김동성은 '지금도 오노가 밉나'라는 질문에는 "2002년에는 꼴도 보기 싫었는데, 12년 뒤 소치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 만났다. 소치에 스타벅스가 없는데 미국 방송국 쪽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버스까지 미디어 센터에 있는 제게 가져다줬다"며 "돌이켜보면 실격은 그 친구가 준 게 아니라 심판이 준 것이다. 근데 20년이 지났는데도 똑같이 편파 판정이 나온다"고 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우다징이 이준서 뒤로 충돌하는 모습(위 사진)과 황대헌이 추월하는 모습(아래 사진). /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날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소속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는 각각 조 1위로 통과했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했다. 이에 따라 3위였던 중국 리원룽과 우다징이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헝가리의 리우 샤오린이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지만, 레이스 도중 반칙으로 실격 처리되는 황당한 판정이 또 한차례 반복됐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눈 뜨고 코 베이징", "중국 제치면 실격이냐", "중국 동계체전인가"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