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늘리는 로봇·AI 자동화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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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AI의 고용 파괴 효과는 과도한 주장…자동화와 노동자의 작업 스킬 고도화, 동시 이뤄져야[경제 돋보기]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로봇 활용이 확대되고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이 인력 부족을 호소해 미국에서는 공급 사슬이 위협받을 정도다. 물론 아마존이나 각국 물류 기업의 창고에서는 막대한 수량의 로봇이 밤낮없이 가동되고 있고 전기전자·자동차 등의 각 생산 현장에서도 로봇이 확대되고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원격 조종 기능도 개발되고 있다. 무인 편의점이나 서빙 로봇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 문제가 각국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러한 현실에 따라 경제학계에서도 그동안 로봇과 AI의 고용 파괴 효과를 과도하게 생각했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노동자의 47%가 AI의 고도화·자동화 진전에 따라 실직할 우려가 있다고 한 2013년 옥스퍼드대의 논문 등이 충격을 준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결과를 부정하는 논문들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 산업용 로봇이 많이 보급된 한국이나 일본이 각국에 비해 구조적으로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은 로봇의 확대가 고용에 미친 영향이 전기전자와 자동차 산업에서는 다르다는 연구 결과(아다치 다이스케 오르후스대 조교수, 사이토 유기코 와세다대 준교수)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 용접용 로봇을 도입한 자동차업계에서는 고용이 확대되는 반면 가격이 그다지 하락하지 않았던 조립 로봇을 활용하는 일본 전기전자 산업의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부진을 보이면서 고용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AI나 로봇이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고용 효과는 보다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순환 패턴으로서는 AI와 로봇의 도입으로 기업과 산업의 생산성·수익성이 제고되고 노동자는 보다 부가 가치가 높은 업무의 비중을 높이고 임금과 고용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조 현장을 디지털화해 모든 현장 정보를 센서로 파악해 가상 공간에 재현해 공정을 자동화하거나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이 완전히 일치하는 일은 가까운 미래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조 현장과 가상 공간의 괴리를 보완하고 잘 연결하는 노동자의 작업 스킬의 고도화가 함께 이뤄져야 생산 현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이는 노동자의 창의에 의한 끊임없는 개선 활동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이러한 자동화→노동자의 창의 및 생산성 향상→제품 가치 및 소비자 이익 확대→매출 확대→기업 수익 확대→고용 확대라는 선순환 구축 경쟁에서 다른 기업보다 뒤처지게 되면 산업 전반의 고용이 파괴될 위험도 있다. 자동화와 함께 노동자의 스킬과 기술을 끊임없이 고도화하면서 노조가 능동적으로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혁신에 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가 일체가 되고 생산성 향상, 업무의 지식화 수준 제고에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로봇과 AI를 통한 자동화 효과를 우리 산업의 강점을 고려해 연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로봇의 지능화, AI 기능을 반도체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구현하는 국가적인 발전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