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국제 신용평가사, 한국 국가채무 증가 우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재정준칙이 말로만 이뤄지고 입법되지 않는 것과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여야 양측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국가 신용도를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평가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번 추경처럼 소위 '컨트롤(통제) 바깥'에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이 답했다.재정준칙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지나치게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하나의 규범이다.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거나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의 적자 비율이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형 재정준칙'을 만들었다. 2025년 시행을 목표로 재정준칙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2020년 12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홍 부총리는 "지난 2~3년간 (신용평가사들과) 협의해 본 바로는 정부가 (경제 주체로서) 역할을 하면서도 재정 당국이 (재정건전성을 관리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점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좋게) 평가를 해줬다"면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기재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고 손실보상을 위해 마련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가 여야 합의로 대폭 증액하려는 데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의 추경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35조원, 국민의힘은 5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재정여건 (우려도) 있고, 인플레이션이 매우 우려된다"며 "정부가 제출한 규모를 전후해서 감액과 증액의 논의는 있겠지만, 35조원, 50조원 정도 규모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명백히 말씀드린다"고 했다.올해 본예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다. 14조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50.1%로 오른다. 하지만 민주당 요구대로 추경 규모가 35조원으로 늘어나면 국가채무비율은 예정보다 2%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홍 부총리는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50조원의 추경 예산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연초에) 막 시작하려는 사업들을 무작위로 가위로 자르듯 할 수는 없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