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초라한 시범자치도로 끝날까 우려…자치역량 키워라"

좌남수 제주도의장 임시회 개회사서 쓴소리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8일 더는 특별하지 않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좌 의장은 이날 제주도의회 개회사를 통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와 불합리한 점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좌 의장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5년이 지났다"며 "특별자치도가 되면 도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제주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도민의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자치도'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전폭적이고 차별적인 중앙정부의 지원은 기대 이하이고 제주도정 또한 매번 정부 설득에 실패해 법령이 정하는 당연한 권리마저 제대로 가져오지 못했다"며 "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추진과 완성은 그저 화려한 구호일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좌 의장은 "특별자치도의 본질은 자기 결정권과 자주 재정권에 있지만, 현실은 어떠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자치단체 부활 또는 시장 직선제조차 뜻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과 비교해도 더는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가 돼 초라한 시범 자치도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자주 재정권에 대해선 "특별자치도가 아니었다면 국가지원지방도와 국도 건설관리, 신항만 건설, 환경처리시설 구축 등의 소요 사업비는 국가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다. 하지만 국비가 지원되지 않아 도비로는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오히려 정부 재정지원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좌 의장은 "이것이 특별자치도의 민낯"이라며 "이쯤 되면 특별자치도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 의장은 "제주도정이 스스로 자치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서 특별자치를 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제주도정이 책임지는 자세로 자기 결정권과 자주 재정권을 갖춘 제대로 된 특별자치도를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과 제주도 공직자에게 당부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남아있는 교육의원 제도 폐지 논란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좌 의장은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자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 상정돼 있다"며 "중앙 정치권이 나서서 폐지법안을 발의할 정도로 교육의원 제도 운용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좌 의장은 "의사 결정권 훼손과 중앙 정치권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제주특별법에 부여된 교육 특례 활용을 위해 교육의원 제도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제주자치도에 부합한 진정한 교육자치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