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통역 없고 중국 언급은 자제…'기자회견 효과는 글쎄?'

'중국 텃세 판정' 항의 회견서 통역 못 구해 외신 기자 퇴장
윤홍근 선수단장 "중국 자체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대한체육회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나온 '중국 텃세 판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허술하게 준비해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체육회는 8일 중국 베이징의 대회 메인 미디어 센터(MMC)에서 쇼트트랙 판정에 항의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는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홈 텃세 판정'을 받고 실격당한 것에 항의하는 회견이었다.

행사는 대회 정보 제공 사이트인 '마이인포'를 통해 전 세계 취재진에 공지됐고, 당연히 적잖은 외국 언론사 기자들이 회견장을 찾았다.체육회는 2004 아테네 하계올림픽 남자 기계 체조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동메달에 머문 양태영 이후 18년 만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문을 두드리기로 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며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정작 영어 통역을 대동하지 않아 관련 사실을 외신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자 한 외신 기자는 "통역 없이 어떻게 알아들으라는 것이냐"고 체육회에 항의하며 회견장을 나가버렸다.

체육회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급하게 준비하다가 이렇게 됐다.윤홍근 선수단장의 모두발언을 번역해서 외국 언론사들에 제공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쇼트트랙에서 중국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된 것은 한국 선수만이 아니다.

남자 1,000m 결승에서는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헝가리 선수가 실격당했다.앞서 혼성 계주 2,000m에서도 러시아와 미국이 판정으로 탈락하고, 그 덕에 중국이 결승에 오르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우리의 억울함을 대외에 호소하고 판정 시비와 관련한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남은 레이스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게끔 전체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찬스였다.

그러나 체육회는 통역을 데려오지 않아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알리는 건 물론 판정 피해국과도 공동 대응할 기회를 놓쳤다.

체육회의 긴급 기자회견 성격이 '대외용'이 아닌 우리 국민을 향한 '대내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텃세 판정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면서도 정작 중국을 언급하는 건 자제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다.
윤 선수단장은 '편파 판정이 중국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 자체를 우리가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추후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고 한발 뒤로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한국 선수단의 대표로 신중하게 발언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윤 선수단장과 달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으로 종목 전문가인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은 "심판 판정이 '오심'을 넘어 '고의적'인 것일 수 있다"고 당당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