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전역 채소 대란…중국 오가는 화물차 기사들 확진 영향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서 홍콩으로 채소를 실어나르는 화물차 기사 5명이 코로나19에 걸리자 홍콩 전역에 채소 대란이 벌어졌다.

8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이날 선전시 당국은 성명을 통해 지난 4일 이후 현재까지 선전과 홍콩 접경지대를 오가는 화물차 기사 5명이 출입경사무소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기사와 밀접 접촉한 이들이 격리 시설에 수용됐고, 화물차 등에 대해 소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홍콩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는 까닭에 이 같은 상황은 홍콩의 채소 대란으로 이어졌다.

홍콩은 신선 채소의 92%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매일 약 100대의 화물차가 접경 지역을 왕래하며 채소를 실어나르고 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기사 5명의 확진과 관련해 모두 몇 명이 격리 중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기사 중에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난 6일 홍콩 일부 지역에 채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8일에는 홍콩 전역으로 채소 공급란이 확대됐다.

전날만 해도 화물차 노조와 홍콩 당국은 기사 2명이 확진됐으며 채소 공급에 별다른 차질이 없다고 했으나, 확진자가 5명으로 증가하고 소독 등으로 발이 묶인 화물차가 늘어나면서 이날은 홍콩 전역에서 이른 아침부터 채소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오후 2시 현재 호만틴 지역 재래시장의 채소 가게 5곳 중 3곳은 문을 닫은 상태이다.

슈퍼마켓에서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들여오는 채소를 판매하고 있어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중국산 신선 채소 매대는 거의 텅 비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오전 완차이 재래시장에서 한 채소 가게 직원이 밀려드는 손님들을 향해 "더 이상 채소가 없으니 가게로 들어오지 말라"고 연신 소리쳤다고 전했다. 재래시장에서는 채소 가격이 평소의 두 배 이상 뛰어올랐고, 채소 공급이 불안하다는 소식에 불안 심리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보이는 대로 주워 담으면서 신선 채소 품귀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다만 중국 외 세계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는 채소, 과일, 육류 등의 공급은 정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애초 홍콩 정부는 항공기 승무원들에 대한 격리 정책을 강화하면서 항공기로 실어나르는 수입 과일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과일의 경우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입하는 까닭에 아직 정상 공급되는 반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신선 채소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