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에 샤넬까지…"제주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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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면세점서 줄줄이 철수루이비통에 이어 샤넬이 제주 신라면세점 등 일부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이용객이 급감했고, 시내면세점의 보따리상 의존도가 커지며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道 관광산업 '직격탄' 우려
8일 샤넬코리아 측은 “오는 3월 31일자로 부산과 제주 시내면세점 패션 부티크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서울 시내 면세점과 공항 면세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넬은 서울 외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제주 신라면세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샤넬 측은 철수 이유로 “회사의 경영 안정성과 직원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내면세점 매출이 사실상 보따리상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면세점에서 상품을 대량 매입해 중국에서 사실상 불법 유통하는 보따리상 유통 구조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샤넬에 앞서 루이비통도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 방침을 결정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6월 “글로벌 전략상 앞으로 한국에서 공항 면세점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국내 시내면세점에 통보했다. 오는 3월부터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의 문을 닫기 시작해 내년 3월까지 모든 시내면세점 점포를 철수할 계획이다.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발을 빼는 명품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면세지구 하이난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중국인들도 하이난을 방문해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이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면세품 구매 한도는 10만위안(약 1700만원)이다. 아직 ‘에루샤’로 불리는 명품 패션 매장이 하이난에 입점하지 않았으나 시간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소싱 역량이 핵심 경쟁력인 면세점산업에서 루이비통과 샤넬의 철수는 직격탄이다. 당장 제주 관광산업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 신라면세점은 코로나19 이전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덕분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붐비던 곳이다. 국내 여행객은 이용할 수 없어 코로나19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한 면세점 관계자는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면세점 쇼핑이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철수하면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외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겠느냐”고 우려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