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연 9% 금리 준다는 '청년희망적금'의 이면

재원의 절반 이상 은행 부담
정부의 과도한 생색내기

정소람 금융부 기자
“요즘 세상에 연 9%의 적금 금리 효과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방법은 하나뿐이죠.”(A은행 관계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중저소득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청년희망적금’을 오는 21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요즘 보기 드문 높은 금리에 금융권 안팎이 술렁거렸다. 이 상품은 매달 50만원 범위에서 2년간 저축하면 최고 연 9%의 적금과 같은 이자를 받도록 설계됐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이 일정 소득 요건(직전연도 기준 총급여 3600만원 이하)을 충족하면 전국 11개 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적금 금리가 연 1~2%대에 불과한 요즘 어떻게 연 9%대 금리가 나올 수 있을까.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은 기본적으로 연 5% 금리를 주고, 2년 만기를 채우면 정부 예산으로 저축장려금(1년차 납입액의 2%, 2년차는 4%)이 추가 지급된다. 여기에다 이자소득세, 농어촌특별세가 면제된다. 매월 50만원을 2년간 적금으로 부으면, 은행이 주는 이자 62만5000원에 저축장려금 36만원까지 총 98만5000원이 이자로 붙는다. 연 9.31%짜리 일반 적금과 같은 이자를 받는 셈이다.

처음부터 금리가 이렇게 높게 설계된 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 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2년간 저축하면 시중은행 금리(연 2% 안팎)에 정부가 최대 4%포인트의 저축장려금을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2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2년 뒤 36만원을 받는 청년희망적금이 자산 형성 사업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혜택이 적어 청년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결국 실효성 있는 혜택을 마련하기 위해 시중은행을 희생시킨 것 아니냐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시가 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의 은행은 연 5% 자체 금리를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평균 대출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인 만큼 당연히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판매하는 족족 손실이 발생하겠지만, ‘청년 복지’라는 명분을 은행이 거부하긴 어렵다”며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처럼 ‘줄 세우기’를 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도 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투자로 ‘한방’을 노리는 청년들도 적지 않은 요즘 이들의 건전한 자산 증식을 돕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그 뒤에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정부 정책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민간 기업을 강제 동원하는 관행을 그렇게 끊기 어려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