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남편·아빠였는데…가족들 "이런 비극 다시는 없어야"

사고 3일 전 통화가 '마지막 유언' 될 줄…25주년 결혼기념일 다음 날 참변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의 마지막 피해자가 8일 싸늘한 주검이 돼 차디찬 콘크리트 건물 밖으로 나왔다. 매몰됐던 건설노동자 6명이 순차적으로 수습돼오다 사고 발생 29일째인 이날 마지막 피해자 수습을 끝으로 가족의 품에 모두 안긴 것이다.
누군가의 든든한 아빠이자, 남편이었던 이들은 가족에게 제대로 된 마지막 작별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들을 떠나보낸 가족들은 여전히 그날의 충격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피해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행복해했던 사고 전날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들은 "참사 하루 전날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 25주년이었다"며 "코로나19 탓에 배달 음식을 함께 시켜 먹었는데 그게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일 실내 공사를 맡았다가 쓸쓸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여전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또 다른 피해자의 아내는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참사 3일 전인 지난달 8일 전화로 남편이 남겼던 말이 그의 마지막 유언이 돼 버렸다고 생각하니 원통하기만 하다. 35년간 동고동락한 남편을 떠나보낸 지금 아내는 모든 게 그저 꿈이기를 기원한다.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또 다른 노동자의 동생은 평소에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지 못했던 게 후회스럽다.
피해자 가족들은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붕괴 현장을 둘러봤던 아이파크 붕괴 피해자가족협의회 안정호 대표는 생사를 가르는 거리는 2∼3걸음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대피 명령이나 안전조치가 이뤄졌다면 이렇게 커다란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피해자 가족은 "안전관리가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관련 업계 등은 재발방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께 HDC 현대산업개발이 신축 중이던 화정 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201동(지하 4층·지상 39층)에서 23∼38층 16개 층 내부 구조물과 외벽 일부가 한꺼번에 무너져 작업 중이던 6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모두 숨진 채 수습됐다. 이들 6명은 사고가 발생한 건물의 28∼31층에서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맡고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