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유가·물가 정점론…기술주 사는 투자자의 생각

8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개장 전부터 술렁였습니다.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유럽 채권시장이 열리던 새벽 2시 반께 연 1.96%까지 올랐습니다. 팬데믹 이전이던 2019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오전 10시께에는 1.971%까지 치솟았습니다. 2년물 수익률도 한때 연 1.354%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런 금리 폭등은 유럽의 금리 급등에 이은 것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3일 갑작스레 긴축 전환을 시사한 뒤 유럽 각국의 금리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독일 국채 10년물은 이날까지 11일 연속 상승해 현재 연 0.27%까지 올랐습니다. 올 초에는 -.017%였지요. 그동안 잊혀져있던 일본의 금리까지도 오르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올해 들어 미국 국채뿐 아니라 유로존 국채도 50bp(1bp=0.0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라면서 "이렇게 다 같이 오르면 유럽의 보험사 등 미 국채에 투자해온 유럽 투자자들은 굳이 환율변동위험을 지면서 미 국채를 사지 않고 유럽 채권을 사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크게 오르면 통상 뉴욕 증시는 부정적 영향을 받습니다. 기술주들이 하락하면서 나스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아왔지요.

하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다우는 1.06%, S&P500 지수는 0.84% 올랐고 나스닥은 무려 1.28%나 급등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 폭이 커졌고, 대부분 주식이 상승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소재, 사치재, 금융, IT 등 8개 업종이 올랐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부동산, 에너지 등 3개 업종이 내렸습니다.
주요 종목을 보면 JP모간(1.88%) 웰스파고(2.48%) 등 주요 은행주가 모두 1~2%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금리수혜주니까요. 또 오미크론 변이를 마지막으로 팬데믹이 사라질 것이란 관측 속에 경제 재개 관련주, 즉 항공, 크루즈, 호텔, 콘서트 관련주도 상당한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노르웨이지안크루즈(3.64%) 델타항공(4.08%) 등이 급등했고 메리어트(3.32%)는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애플(1.85%) 아마존(2.2%) 등 빅테크 등 기술주도 크게 올랐습니다. 엔비디아(1.54%) 등 반도체 주도 좋았고요.

메타, 화이자, 그리고 에너지주 외에는 하락한 주식이 많지 않았습니다. 메타(-2.1%)는 계속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반등했지만 0.36% 오르는 데 그쳤고요. 이들은 팬데믹 때 급증했던 이용자가 정점 징후를 보이고 있지요. 화이자는 이날 4분기 이익은 월가 예상보다 좋았지만, 매출은 추정치보다 적었고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월가 예상에 못 미치기 내놓으면서 2.84%나 하락했습니다. 에너지주의 경우 유가 하락 영향으로 업종지수가 2.12%나 급락했습니다. 나스닥 기술주 등은 왜 이렇게 올랐을까요? 여기에는 월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세 가지 정점론이 도움이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① 금리 정점론

월가 일부에서 금리 정점론이 나오고 있는 게 하나의 이유로 보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 금융사들은 대부분 10년물 기준 올 상반기 2%가 목표였고 연말 2.1~2.5% 수준을 봤다"라면서 "2월 초에 1.97%라면 거의 정점에 다 온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수정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10년물 금리가 2%, 내년에야 2.3%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의 기준금리 상승 폭보다 10년물 오름 폭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올릴수록 침체 우려가 커져 10년물 금리가 오르지 못하거나 오히려 내려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채권 수익률 곡선의 역전이 나타나게 됩니다.

2004년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주기 때 Fed는 1%에서 5.25%로 기준금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10년물은 4.58%에서 5.2%로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기준금리가 425bp 오를 때 10년물은 61bp 상승한 것이죠. 2015년 사이클 때는 Fed가 기준금리를 0에서 2.375%까지 높였습니다. 그 사이 10년물은 2.3%에서 2.76%까지 올랐습니다. 정책금리가 225bp 오를 때 46bp밖에 오르지 않은 겁니다.

물론 시장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직전에 많이 오르기 때문일 겁니다. 통계를 보면 10년물 금리는 통상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까지 오르다가 기준금리 인상이 정말 시작되면 옆으로 기는 경우가 많지요. 어쨌든 첫 기준금리 인상 이후 상승 폭은 적습니다.

Fed는 오는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겁니다. 이미 50bp나 오른 10년물은 많이 못 오를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으로 올수록 Fed가 기준금리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10년물 상승 폭도 줄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10년물 금리 상승 폭이 2015~2018년 당시 46bp 이하가 될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론 매크로 전략·글로벌 채권 헤드는 "Fed가 정책금리를 2% 부근까지는 올릴 것 같다"라면서 "10년물 금리가 2.15%까지 오른다면 거기에서 추가 상승 여지는 제한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의 마이클 캔트로비츠 수석 투자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1980년대부터 일곱 번의 기준금리 인상 주기에서 다섯 번은 10년물 금리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두 번은 그렇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다섯 번의 경우 경기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0대에서 50대로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가는 동안 거시경제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예외적인 두 번에 가까워질 것이다. 세계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는 채권 금리에 실질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Fed가 기준금리를 많이 올리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상당합니다. 경기가 둔화할 테이니까요. 리치먼드연방은행의 토마스 바킨 총재는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정책금리를 팬데믹 이전 수준인 1.5%에서 1.75%까지 높이는 것은 이해가 간다"라면서 "이후 추가 긴축 필요 여부를 재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신규일자리가 46만7000개에 달한 1월 고용에서 목격한 것처럼 미국 경제는 강하고 Fed가 기준금리를 몇 차례 올려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경우, 즉 성장할 때는 88%의 기간 동안 주가는 상승해왔습니다.
② 인플레이션 정점론

인플레이션도 올해 중반이면 꺾어지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5월이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5%에서 정점을 찍고 크게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6월에는 5.6%, 7월에는 5.0%로 낮아지고 12월 4.3%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Fed가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5월 5.1%에서 피크를 만든 뒤 연말께 3.5%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공급망 혼란 완화, 구인난 완화 등과 함께 Fed의 금리 다섯 번 인상을 반영한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3%대 물가면 경제에 괜찮다는 말도 나온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는 신중한 결정이지만, 공급 주도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 중앙은행은 이미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수용했으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할 때 이것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거시경제적 배경을 감안하면 중앙은행은 결국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다만 오는 10일 발표되는 1월 CPI는 헤드라인 수치가 7.3%(전월 7.0%), 근원 수치는 5.97%(12월 +5.5%)로 전달보다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아직 정점 징후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③ 유가 정점론

물가에는 유가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CPI만 해도 에너지가 7.5%를 차지합니다. 최근 국제유가는 7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대를 훌쩍 넘었죠.

골드만삭스는 올해 경제 정상화로 수급이 빠듯해지고 있다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번 주 이를 105달러로 더 높였습니다. 또 모건스탠리는 올여름께 브렌트유가 10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JP모간은 지난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로 공급 충격이 이어질 경우 1분기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하는 의견도 조금씩 나옵니다. 이른바 유가 정점론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씨티그룹입니다. 씨티는 지난주 유가가 올해 하반기에 브렌트유 기준으로 6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지금보다 18~20%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씨티는 1분기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이 매우 빡빡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1분기에는 높은 유가를 예상합니다. 하지만 1분기가 정점이고 올해 하반기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향후 몇 주에 걸쳐 시장은 공급 초과로 전환할 것이고, 이후 15~18개월 동안 그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OPEC+, 미국 셰일오일, 또 캐나다 및 브라질의 생산량 증가에 따른 것입니다. 유가가 높아진 만큼 산유량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죠.

실제 엑슨모빌은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셰일 최대 산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에서의 올해 에너지 생산량을 25% 늘리겠다고 했고 셰브런은 10%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코너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최고경영자(CEO)는 퍼미안에서만 올해 하루 90만 배럴이 양산될 수 있다면서 "그것에 대해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세계 3위 산유국 이란에서 원유가 쏟아져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은 오늘부터 비엔나에서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했습니다. 신호는 긍정적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일 외국 정부나 기업이 이란의 원자력발전소와 중수로 등 관련 민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제재에 나선 뒤 첫 유화적 행동입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제 "여러 측의 핵심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는 딜이 눈앞에 있다(in sight)"라고 밝혔습니다.

또 어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를 찾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수위가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이 향후 새로운 '군사적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는 20일까지 계획된 합동훈련이 끝나면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서 철수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가 이를 부인하기는 했습니다만 이 사태가 평화적으로 풀리면 유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겠지요.
씨티는 또 수요 측면에서 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올해 매파적으로 변하면서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느려게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는 씨티그룹의 상품 리서치 헤드인 에드 모스인데요. 80세인 그는 70년대 오일쇼크 때부터 시장에 있었던 베테랑입니다. 그는 2008년 5월 유가가 급등할 때 닷컴버블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당시 유가는 몇 주 뒤에 배럴당 거의 15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폭락해 그해 12월 중순 배럴당 3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오늘 유가는 이란, 우크라이나 등 사태가 진전되면서 약 2% 내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WTI는 89달러 선에 거래를 마쳤습니다.물가, 유가, 금리가 정점을 친다면 주식 투자자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월가 관측을 전한 이들도 "확신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여러 가지 추정, 주장이며 관련된 사태들의 진전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