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정서 역대 최악…중국이 오만한 이유 [Dr.J’s China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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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반중정서…'불혹'을 막 지난 중국
한국이 '사장님'·'큰형님'에서 그냥 '친구'가 된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 열린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미국의 보이콧으로 세계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지만 정작 경기가 시작되면서 중국의 경기 운영 방식과 편파 판정에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의 이목과 분노에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 빙상 경기에서 한국을 비롯한 서방선수들의 연이은 실격판정은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이후 세계적인 반중, 혐중 정서를 더 키우는데 일조했습니다.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인류 운명 공동체를 주장하며 세계가 '함께 미래로 나가자'(Together for a Shared Future)라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관중과 공자 눈으로 본 '중국의 수준'

중국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을 두고 중국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공자(BC551년)와 중국의 법치주의의 원조 관중(BC725년)은 뭐라고 했을까 궁금합니다. 관중은 국가의 수준을, 공자는 품격을 이야기합니다.

관중은 "창고에 곡식이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의식이 갖추어 지면 영욕을 안다"도 말합니다. 내 배가 고프면 남의 배고픈 것을 동정할 여지가 없고,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명예 같은 것이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질 리가 없습니다. 이는 백성은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야 예의나 체면, 법 따위를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공자의 눈으로 본 중국의 나이. / 자료=중국경제금융연구소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이립·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다(불혹·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됐으며(지천명·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됐고(이순·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1949년 신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창립 이후 73년이 지났습니다. 관중의 표현처럼 의식이 족해 예의를 알게 되는 시발점은 1978년 개혁개방입니다. 공자의 나이 평가표로 보면 44세의 중국은 불혹을 막 지난 수준입니다.

40대는 공자의 말 대로 하자면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不惑)이지만 현실의 40대는 가장 외부 유혹에 많이 흔들리는 '유혹에 약한 나이대' 입니다. 사회경험, 체력 모든 분야에서 구력이 붙어 뭐든 하면 될 것 같은 의욕이 넘치는 시기이고, 남의 말 안 듣고 자기 고집데로 하다가 사고를 가장 많이 치는 시기입니다.지금 중국은 좌충우돌 전 세계와 다투다가 전 세계로부터 반중, 혐중의 정서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상의 이치를 알고 하늘이 명을 내린 건지 아닌지를 아는 지천명의 경지에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금 중국에 불리한 얘기 한마디만 하면 외교, 경제 보복하겠다고 난리를 칩니다. 중국이 세계와 함께 하는 것 '지천명'은 아직 6년은 더 지나야 가능하고 다른 이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이순' 중국은 16년은 더 흘러가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중 수교 30년간 추이. /자료=중국경제금융연구소(관세청, 수출입은행, 관광공사)
중국이 국제관행과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로 세계에 불편을 주고 반중 정서를 자초하는 것은 내부를 들여다 보면 알수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다음은 국가기강이 문제가 됩니다. 관중은 "국가의 도덕의 근본은 예의염치이다. 이것이 없으면 나라는 망한다. 이것을 세우기 위해 법이 있어야 하며 상벌 또한 분명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사회주의 신 중국이 건국한지 73년이 지났지만 중국은 법학박사 출신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법치국가건설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제2기 법치국가건설(2021-2025년)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관중의 눈으로 중국 국가발전의 수준을 보면 의식이 족한 다음 단계가 예의를 차리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인데, 중국은 2020년에 절대빈곤을 겨우 해결했습니다. 이젠 '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로 국가의 통치 단계를 높이기 위한 시작한 단계에 있습니다.

가게가 커지면 점원이 손님을 깔본다?

한·중이 수교한지 30년이 흘렀습니다. 1992년 수교이래 한·중 관계는 다양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1992년 이후 중국은 30년 만에 경제규모가 세계 2위에 올라섰고, 한국은 대중국수출이 총수출의 4분의 1이 넘어서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수출 1위국가로 부상한 것입니다. 무역수지흑자도 미국보다 중국이 더 커졌습니다. 한국의 경제적 관념에선 중국이 미국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한국과 중국 간의 외교 관계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계속 변화와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수사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한·중 관계는 '선린우호관계'에서 '전략적협력 동반자관계'로 발전됐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대중국 국내총생산(GDP)대비 비중. / 자료=IMF,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지난 30년간 한·중 관계는 정상들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발전을 해왔습니다. 한국의 정상이 국빈방문한 것이 10회로 평균 3년에 1회 방중했습니다. 중국은 4회로 7.5년에 1회 방한했습니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관계는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이전까지는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 였습니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는 냉각됐으며,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현 상황에서 나아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한·중 간의 반중, 혐한 정서입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해서 대중국 반중정서는 역대 최악입니다. 전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4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도 과거와는 완전히 딴 판입니다.

중국이 그동안 마늘분쟁, 어업분쟁, 동북공정, 김치분쟁, 사드문제, 한복분쟁 등에서 한국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의 정서와 감정을 자극할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사건이 모여서 큰 줄기를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것을 봐야할 것이 있습니다.

중국말에 '가게가 커지면 점원이 손님을 깔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 북한과 혈맹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국과 자유민주주의 국가 한국이 사상과 이념에서 친구가 될 이유가 없습니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의 대중국무역. / 자료=관세청
지난 30년간의 한·중 관계는 철저한 이해관계 때문에 발전한 것입니다. 한·중은 사상과 이념체제의 동지가 아니라, 철저한 경제적 이익의 동반자일 뿐입니다. 과거 중국이 한국 기업을 '사장님', '큰형님'으로 모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한국을 친구 정도로만 보고 있습니다. 국제관계에 있어서 힘이 있으면 당당하고, 돈 있으면 큰 소리를 칩니다. 하지만 힘 없고 돈이 떨어지면 초라해 집니다. '사장님' 지위에서 '옆집사는 친구'로 바뀐 한국의 대중국 관계 변화의 배경에는 '경제력'이 있습니다.

중국 인구의 28분의 1에 불과한 한국은 1990년대 중반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3%까지 도달했습니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힘을 쓰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한국의 GDP는 중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고, 이것이 중국이 한국을 친구로만 보는 이유가 됐습니다.

결국 한·중 간의 관계에서 중국인의 태도변화는 가게가 커진 상점 점원의 태도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반중 정서의 배경도 그간 중국의 수많은 오만과 무례함의 결과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사마천이 화식열전에서 이야기한 부와 사람의 태도와도 관련있어 보입니다.

사마천은 상대의 부가 10배가 많으면 싸우고, 100배가 많으면 두려워하고, 1000배가 많아지면 심부름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중국의 경제규모는 한국의 10배입니다. 중국은 지금 남의 말을 듣는 나이가 아니고, 한국과 사사건건 옮고 그르건 상관없이 내 지르다 보니 양국 관계와 정서가 악화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결국 경쟁자…韓, 큰 소리 내기 위해선 경제력 커져야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중국이 3차 산업혁명의 후발자로 후발자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일어서는 바람에 한국은 중국이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면서 어부지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입니다. 2등을 하면 죽음으로 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국은 중국과 처절한 경쟁자로 만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젠 중국의 국산화로 전통 제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현저히 추락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스마트폰, 자동차 제품 점유율. /자료=CP Research, CPCA
2016년 이후 사드보복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을 보면 반도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이미 경고사인이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반도체를 제외하면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고, 한국 전체 수출에서 비중도는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0%와 2%가 한국 제조업의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나타내 주는 숫자입니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판매사인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0%대이고,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한국의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은 2%대로 추락했습니다.

경제적 이해관계로 맺어진 한·중 관계는 서로 소원해지면서 작은 일로도 얼굴 붉히는 일이 벌어집니다. 결국 한·중의 관계 개선은 양국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교류와 소통이 중요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이 중국 경제력의 10분의 1 이하로 유지하게 되면, 중국의 태도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중국에 당당해지고 큰소리 치기 위해선 중국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입니다. 한국의 경제력이 지금보다 최소 2배에서 5배는 커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구성비. / 자료=관세청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자동차, 전기차, 가전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을 옆에 두고 중국시장 비중 줄이자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인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합니다.

1인당 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중국은 이제 소비 대폭발시대로 들어갑니다. 한국의 대중국 소비재 수출 비중은 6%에도 못 미칩니다. 94%가 자본재와 중간재입니다. 현재와 같은 중간재 자본재 중심의 대중국 수출 포트폴리오라면, 한국의 대중국 비중은 저절로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한·중 관계의 미래, 감정과 정서를 앞세우기보다는 냉정하게 보고 정확하게 방향 잡고 대처해야 합니다. 소비재 시장이 커지는 중국, 이젠 컨베이어벨트의 속도가 아니라 중국인의 마음을 읽고 중국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국의 수출 상품을 키우고 경제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공자와 관중의 눈으로 중국의 나이를, 나아가 국가의 발전 수준을 판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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