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Airport→GuoJiJiChang 바꾼 중국…세계화는 어디로 [강현우의 트렌딩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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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 수도인 베이징과 인근 대도시 톈진의 지하철역 영어 이름 표기가 변경됐다. 기존 영어식 표현 대신 중국어 발음을 영어식으로 표기하는 병음(拼音)으로 교체된 것이다. 예컨대 국제공항은 International Ariport에서 GuoJiJiChang으로 표기됐다. 베이징역은 Beijing Railway Station에서 Beijing Zhan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문해율은 97%에 달한다. 영어로 표기된 병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70% 정도다. 중국 국민을 위해 병음을 표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 표기를 영어식 표현이 아닌 병음으로 바꾼 것에 대해 중국 내 외국인들의 의문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홍콩 영문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베이징시정부는 2017년 나온 '공공서비스지역에서의 영어 사용 지침'에 따른 교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굳이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변경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SCMP는 지적했다.
이번 올림픽에 참여한 외국인들 상당수가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전하고 있다. 2008 올림픽 당시의 개방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서방 국가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문화적 반(反)세계화'로 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세계화와 개방을 강조한다. 지난달 17일 세계경제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냉전식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3년이 넘어가면서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 양측은 무역, 군사, 이념, 코로나19 기원 등 여러 방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중국에선 공격적인 '전랑(늑대전사) 외교'와 애국주의가 점점 더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민의 자국 정부에 대한 지지와 신뢰는 매우 높은 편이다. 에델만의 지난해 11월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91%가 정부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2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22번에 걸친 역대 중국 조사 중에서도 최고치였다. 경제 발전과 코로나19 방역 성공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교과 과정에서 외국어 교재 사용을 금지시켰다. 중국 외 지역에 있는 외국인 교사의 온라인 수업도 중단시켰다. 교육 부문에서도 '문화적 반세계화'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SCMP는 외교가에서도 중국이 반세계화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외교관은 "정부 기구의 연구원들에게 학술 교류를 요청하면 코로나19을 이유로 대부분 거절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중국이 계속 교류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상하이에선 2010년 20만8000명에 달했던 외국인 거주자 수가 지난해 16만3000명으로 20% 줄었다. 베이징에선 같은 기간 40% 감소해 6만3000명이 됐다.
칭화대 국제관계학원의 얜 쉐퉁 원장은 "중국의 Z세대 젊은이들이 국력에 높은 자신감을 보이는 동시에 서구에는 반감을 높여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청년들은 중국이 외교적 목표를 매우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믿으며 중국이 선하고 서구는 악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중국의 문해율은 97%에 달한다. 영어로 표기된 병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70% 정도다. 중국 국민을 위해 병음을 표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 표기를 영어식 표현이 아닌 병음으로 바꾼 것에 대해 중국 내 외국인들의 의문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홍콩 영문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베이징시정부는 2017년 나온 '공공서비스지역에서의 영어 사용 지침'에 따른 교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굳이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변경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SCMP는 지적했다.
이번 올림픽에 참여한 외국인들 상당수가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전하고 있다. 2008 올림픽 당시의 개방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서방 국가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문화적 반(反)세계화'로 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세계화와 개방을 강조한다. 지난달 17일 세계경제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냉전식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3년이 넘어가면서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 양측은 무역, 군사, 이념, 코로나19 기원 등 여러 방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중국에선 공격적인 '전랑(늑대전사) 외교'와 애국주의가 점점 더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민의 자국 정부에 대한 지지와 신뢰는 매우 높은 편이다. 에델만의 지난해 11월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91%가 정부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2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22번에 걸친 역대 중국 조사 중에서도 최고치였다. 경제 발전과 코로나19 방역 성공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교과 과정에서 외국어 교재 사용을 금지시켰다. 중국 외 지역에 있는 외국인 교사의 온라인 수업도 중단시켰다. 교육 부문에서도 '문화적 반세계화'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SCMP는 외교가에서도 중국이 반세계화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외교관은 "정부 기구의 연구원들에게 학술 교류를 요청하면 코로나19을 이유로 대부분 거절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중국이 계속 교류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상하이에선 2010년 20만8000명에 달했던 외국인 거주자 수가 지난해 16만3000명으로 20% 줄었다. 베이징에선 같은 기간 40% 감소해 6만3000명이 됐다.
칭화대 국제관계학원의 얜 쉐퉁 원장은 "중국의 Z세대 젊은이들이 국력에 높은 자신감을 보이는 동시에 서구에는 반감을 높여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청년들은 중국이 외교적 목표를 매우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믿으며 중국이 선하고 서구는 악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