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띄운 '적폐청산론'…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면담하고 있다. 2022.2.9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에 대해 “시스템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라면서도 “당연히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즉각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면서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尹 "내가 하면 적폐처리고 남이하면 보복이냐"

윤 후보는 이날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새정부가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전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 적절한 시차를 지나면서 적발이 되고, 문제가 될 때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보복 프레임을 가지고, ‘내가 하면 정당한 적폐 처리고, 남이하는 건 보복’이라고 하는데 맞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강한 유감을 표한 청와대를 향해서는 “불쾌할 일이 있나”라며 “시스템상 그렇게 된다는 것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가 없으면 불쾌할 일이 뭐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윤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폐청산을) 해야죠, 돼야죠”라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선거지만 지켜야할 선이 있는 것”이라며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와의 인터뷰 형식 유튜브 영상에서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라고 하는데 그건 사기”라며 문 정부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과거 월성원전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자기들 마음에 안든다고 이미 조정이 되고 시스템으로 돌아가려는 검찰의 권한을 다 뺏겠다고 했다”며 “처음엔 농담하는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국가사회를 유지하는데 최소한의 시스템을 마음에 안든다고 이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조국 사태 때 봤지만 소위 핵심 지지층들에 의한 여론조작 그리고 거짓 선전선동 이런 걸로 국민들을 기만해서 권력을 유지하고 또 선거를 치른다”며 “아주 부도덕하고 퇴출돼야 할 집단들”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적폐청산론’을 띄운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을 통해 갈수록 높아지는 정권교체론을 다시 한번 자극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과거 들쑥날쑥하던 정권교체 여론은 최근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50%를 넘어서고 있다. ‘文정부 때리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李·與 "명백한 정치보복"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2.7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의 ‘적폐청산론’에 대해 긴급회의 개최·논평·브리핑·개별 의원 SNS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폐청산이 아닌 정치보복”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당 전체가 나서 말그대로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생명안전 국민약속식 행사이후 기자들과 만나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을 표한다”며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보복을 하겠다, 이렇게 들릴 수 있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긴급회의까지 개최해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후보의 정치보복 선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일평생 특권만 누려온 검찰권력자의 오만본색이 드러난 망언”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적폐라고 미리 결론부터 정해놓고 나올 때까지 털겠다는 것이냐”라고 했고,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부인 김건희씨도 녹취록에서 집권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말했는데, 배우자는 언론보복을 공언하고 남편은 정치보복을 선언하다니 부부가 공포정치를 예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같이 총공세를 펼치는건 '정치보복' 프레임이 중도층 표심을 자극할수 있다고 판단했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는 점과, 양쪽 강성 지지자 말고는 '정치 보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적폐청산' 논쟁이 중도표심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임도원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