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재상장 시동거는 루이싱 커피…신뢰 회복 가능할까 [이지현의 브랜드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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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스타벅스로 불린 루이싱 커피가 미 주식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 재시동을 걸고 있다. 2020년 회계부정 스캔들로 퇴출된 지 2년 만이다. 2017년 설립 후 5년 간 루이싱 커피는 중국 자본주의 역동성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숨에 체인망을 확대해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아성을 넘어섰지만 매출을 부풀려 투자자를 기만한 혐의로 나스닥 시장에서 쫓겨났다. '루이싱'이란 브랜드를 빼고 모든 것을 바꾼 루이싱 커피는 다시 미국 주식시장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루이싱 커피는 중국어로 '행운'이라는 단어를 본 따 만든 커피 체인점이다. 중국 남동부 도시 샤먼에 살던 찰스 루가 2017년 창업했다.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 루이싱 커피가 내세운 강점은 값싼 커피다. 루이싱 커피는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매장을 불려갔다. 2019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데뷔했던 루 회장의 당시 추정 자산 가치는 23억달러였다.
공격적 확장 전략은 루이싱 커피 회계 부정의 단초가 됐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지나치게 싼 가격에 음료를 판매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판매 가격을 부풀렸다.2020년 1월 머디 워터스는 8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루이싱 커피가 매출을 부풀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회사가 재정적으로 무너지는 단계로 지배구조도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고객 이동량, 커피 매출과 보고된 수치가 다르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1000명 넘는 연구원을 루이싱 커피 매장에 파견해 분석한 결과다.
논란이 불거진 뒤 루이싱 커피는 나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미 법원에 파산 신청도 했다. 루 회장은 결국 회사를 떠났다. 2020년 5월 그는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내 경영 스타일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고 회사가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해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며 "하지만 투자자를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초기 투자자였던 사모펀드 센트리엄캐피털의 데이비드 리는 루이싱 커피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루이싱 커피 공동 창업자들의 주식을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오른 그는 현금을 투입해 주주소송 비용을 지불하고 일부 부채를 상환했다.
루이싱 커피의 미국 내 파산 절차는 1년 6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루이싱 커피 구조조정에 참여한 한 외부 고문은 "1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채권자들의 높은 수익률을 회복하고, 법률 문제를 풀고, 운영 실적을 모두 개선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데이비드 리와 궈 CEO는 실적이 떨어지는 매장들의 문을 닫고 커피 한 잔 가격을 평균 2.5달러로 60% 올렸다. 인앱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임대료와 인건비 지출을 줄였다.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던 방식에서 브랜드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점포 확장 방법도 바꿨다. 단맛을 좋아하는 중국인을 겨냥한 음료도 꾸준히 출시했다. 코코넛 벨벳 라떼는 루이싱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카손 블록 무디워터스 대표는 "과거 기업들은 회계부정이 터졌을 때 기업이 사라졌기 때문에 루이싱 커피의 회생은 놀라웠다"면서도 "하지만 루이싱 커피는 거짓말을 이용해 돈을 모았고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던 과거 논란을 떨쳐내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주식 시장에서 다시 재기의 신화를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평가다. 미 주식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신규 상장 활동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도 루이싱 커피에는 부담이다.
루이싱 커피가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선 파산 절차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 이 절차는 몇 주 안에 마무리 될 것이란 평가다. 이후 관문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절차다. SEC는 투자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상장을 거부할 수 있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난관은 남았다. 회계 등에 관한 감사 서류를 미 정부에 주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2020년 루이싱 커피가 퇴출된 뒤 만들어진 조항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재무 정보를 외국 기관이 감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 수년 간 시총 2조달러 상당의 중국 기업 240개가 미 주식거래소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루이싱 커피 상장이 정치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의 한 중국기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루이싱 커피는 모두가 불길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다시 솟아오른 불사조 같다"며 "재상장한다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했다. 재상장 자체가 정치 이슈로 번질 것이란 의미다.과거 논란을 완전히 털어내기엔 아직 후속 조치가 미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회계 스캔들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다. 신뢰할 만한 재무제표가 공개되는지, 외부 감사인은 누구인지 등에 따라 기업 평가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 커피', 재상장 준비 중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이싱 커피는 미 주식시장에 재상장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자본 조달을 위한 투자자 미팅을 진행했다. 루이싱 커피의 한 고위 간부는 "주식 투자자들과 다시 연결되기에 더 편한 위치가 됐다"며 "신뢰 회복을 원한다"고 말했다.루이싱 커피는 과거 이미지를 벗고 새 기업으로 변신했다고 했다. 2020년 나스닥 퇴출 직후 취임한 궈 진이 최고경영자(CEO)는 "'루이싱'이라는 이름을 빼면 2년 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재정 문제의 원인이 됐던 사업 방식, 회사 문화 등 모든 게 달라졌다"고 했다.루이싱 커피는 중국어로 '행운'이라는 단어를 본 따 만든 커피 체인점이다. 중국 남동부 도시 샤먼에 살던 찰스 루가 2017년 창업했다.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 루이싱 커피가 내세운 강점은 값싼 커피다. 루이싱 커피는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매장을 불려갔다. 2019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데뷔했던 루 회장의 당시 추정 자산 가치는 23억달러였다.
공격적 확장 전략은 루이싱 커피 회계 부정의 단초가 됐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지나치게 싼 가격에 음료를 판매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판매 가격을 부풀렸다.2020년 1월 머디 워터스는 8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루이싱 커피가 매출을 부풀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회사가 재정적으로 무너지는 단계로 지배구조도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고객 이동량, 커피 매출과 보고된 수치가 다르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1000명 넘는 연구원을 루이싱 커피 매장에 파견해 분석한 결과다.
논란이 불거진 뒤 루이싱 커피는 나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미 법원에 파산 신청도 했다. 루 회장은 결국 회사를 떠났다. 2020년 5월 그는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내 경영 스타일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고 회사가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해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며 "하지만 투자자를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나스닥 상폐 후 중국에서 다시 성공 스토리 써
미국에서 기업 가치가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루이싱 커피는 '루이싱' 브랜드를 버리지 않았다. 중국인들에겐 사실상 국민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루이싱 커피가 2019년 처음 미국 주식 시장에 등장하면서 알렸던 고성장 스토리를 2년 간 중국에서 그대로 썼다.지난해 매출은 3억567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중국에 운영하는 루이싱 커피 매장은 6000개를 넘었다. 스타벅스의 중국 매장보다 500개 많다. 높은 실적으로 장외 주식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매일 2000만주 넘게 손바뀜되면서 장외 시장에서 기업가치는 30억 달러를 넘어섰다.초기 투자자였던 사모펀드 센트리엄캐피털의 데이비드 리는 루이싱 커피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루이싱 커피 공동 창업자들의 주식을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오른 그는 현금을 투입해 주주소송 비용을 지불하고 일부 부채를 상환했다.
루이싱 커피의 미국 내 파산 절차는 1년 6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루이싱 커피 구조조정에 참여한 한 외부 고문은 "1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채권자들의 높은 수익률을 회복하고, 법률 문제를 풀고, 운영 실적을 모두 개선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데이비드 리와 궈 CEO는 실적이 떨어지는 매장들의 문을 닫고 커피 한 잔 가격을 평균 2.5달러로 60% 올렸다. 인앱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임대료와 인건비 지출을 줄였다.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던 방식에서 브랜드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점포 확장 방법도 바꿨다. 단맛을 좋아하는 중국인을 겨냥한 음료도 꾸준히 출시했다. 코코넛 벨벳 라떼는 루이싱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미 주식시장 재기 가능성엔 의문
중국 최대 매장을 보유한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성장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매너 커피' 등 후속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면서다. 경영 상황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2020년 루이싱 커피는 8억59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손실은 360만달러다.카손 블록 무디워터스 대표는 "과거 기업들은 회계부정이 터졌을 때 기업이 사라졌기 때문에 루이싱 커피의 회생은 놀라웠다"면서도 "하지만 루이싱 커피는 거짓말을 이용해 돈을 모았고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던 과거 논란을 떨쳐내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주식 시장에서 다시 재기의 신화를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평가다. 미 주식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신규 상장 활동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도 루이싱 커피에는 부담이다.
루이싱 커피가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선 파산 절차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 이 절차는 몇 주 안에 마무리 될 것이란 평가다. 이후 관문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절차다. SEC는 투자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상장을 거부할 수 있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난관은 남았다. 회계 등에 관한 감사 서류를 미 정부에 주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2020년 루이싱 커피가 퇴출된 뒤 만들어진 조항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재무 정보를 외국 기관이 감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 수년 간 시총 2조달러 상당의 중국 기업 240개가 미 주식거래소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루이싱 커피 상장이 정치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의 한 중국기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루이싱 커피는 모두가 불길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다시 솟아오른 불사조 같다"며 "재상장한다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했다. 재상장 자체가 정치 이슈로 번질 것이란 의미다.과거 논란을 완전히 털어내기엔 아직 후속 조치가 미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회계 스캔들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다. 신뢰할 만한 재무제표가 공개되는지, 외부 감사인은 누구인지 등에 따라 기업 평가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