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 수혜' 서부이촌동 리모델링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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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성원 동의율 53% 확보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이촌2동)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 일대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북한강성원’은 주택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동아그린’과 ‘대림’도 리모델링 추진위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한강대로를 사이에 둔 동부이촌동(이촌1동)의 리모델링 열기가 서부이촌동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강변인 서부이촌동 일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발을 추진 중인 옛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와도 인접해 향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별동 증축 통해 49가구 늘려
대림·동아그린도 추진위 '임박'
6월 지방선거 이후 가시화 예상
"아파트값 재평가 기대 높아"
○북한강성원, 첫 조합 설립 눈앞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북한강성원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는 이날까지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53%를 확보했다. 2020년 2월 추진위를 꾸린 지 2년 만이다.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인가받으려면 주민 동의율 67%를 채워야 한다.2001년 준공된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2층, 2개 동, 340가구 규모다. 두 동 모두 정면으로 한강을 볼 수 있는 조망권을 갖추고 있다. 전용면적 59㎡ 단일 주택형으로 구성돼 있다. 단지 뒤편에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촌1구역’과 용산 정비창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용적률은 376%다.
추진위 측은 수평 및 별동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 수를 49가구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용면적은 약 77㎡로 넓어지고, 지하주차장은 4층까지 확대된다. 당초 수직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계획했지만, 안전성 검토 등 절차가 까다로워 수평·별동 증축 방식으로 선회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등이 사업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이 단지는 작년 10월 18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초 실거래가(11억9500만원)보다 7억원 가까이 뛴 금액이다. 현재 호가는 19억원 선이다. 이촌동 A공인 관계자는 “서부이촌동 일대는 오래된 빌라가 많고 낙후된 이미지가 강해 동부이촌동보다 집값이 싸다”며 “정비창 부지 개발에 리모델링 사업까지 본격화하면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용산 정비창 개발에 촉각
동아그린(499가구, 1999년 준공)도 리모델링 추진위 구성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내 추진위를 정식 출범시켜 본격적인 사업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추진위 구성을 추진 중인 한 주민은 “수평·별동 증축 방식 리모델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물산, GS건설, DL이앤씨 등과 사업 진행을 위한 미팅도 했다”고 했다. 북한강성원과 붙어 있는 대림(638가구, 1994년 준공)은 추진위 구성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을 벌이고 있다. 동아그린과 대림도 현재 용적률이 각각 384%, 397%로 높아 재건축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동아그린 옆 ‘강변·강서’(213가구, 1971년 준공)는 용적률이 297%에 달하지만, 작년 4월 공공 재건축 선도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재건축 길이 열렸다.서부이촌동 일대는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이 부지는 오세훈 시장 재임 때인 2007년 서부이촌동과 묶어 국제업무지구로 개발이 추진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결국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2013년 사업이 좌초됐다. 오 시장은 작년 4월 재취임 후 국제업무지구 재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6월 지방선거 후 정비창 개발이 가시화하면 이촌1구역, ‘시범’ 아파트 등 서부이촌동 내 노후 주거지 재정비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북한강성원을 포함한 서부이촌동 일대가 정비창 개발 계획에 다시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이촌동 B공인 대표는 “정비창과 ‘통개발’을 원하는 주민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리모델링이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