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텃밭' 호남·여성에 구애하는 이재명

전통적 지지층 결집 '안간힘'
이낙연과 함께 선대위 회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 행사 참석
< 이낙연과 대화하는 李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얘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호남과 2030 여성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주장이 당내에서 나오는 가운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과 관련해 “이 위원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총괄선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위해 신설된 직책으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맡은 상임선대위원장보다 높은 지위다. 이 후보가 경선 경쟁자였던 이 전 대표에게 선대위 중책을 맡긴 것은 그만큼 호남과 친문(친문재인) 지지층 결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 4~5%포인트 뒤진다는 점을 뼈아프게 여기고 있다. 이 후보 핵심 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고 설명했다.경선 과정에서의 당내 ‘앙금’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선대위 상임고문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이 후보를 대장동 비리 범인으로 몰았던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n번방, 디지털 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도 참석했다. 20~30대 여성은 2017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최대 지지층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물론 이 후보에게도 지지를 유보하며 부동층 비율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다만 이 후보는 ‘젠더 갈등 조장’ 논란을 의식한 듯 “통계적으로 보면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의 30%가 남성일 정도로 남성 피해자도 상당히 많다”며 “인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이 후보의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출시된 ‘이재명 펀드’는 공모 2시간 만에 목표액 350억원을 돌파했다. 약정액을 입금한 투자자는 펀드 참여증서가 내장된 대체불가능토큰(NFT) 이미지를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선거가 끝난 뒤인 5월 20일 원금에 약정 이자(연 2.8%)를 더해 돌려줄 계획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