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점화·이중섭 황소…NFT로 소장해볼까

디지털아트 뛰어드는 미술계

갤러리현대, 거래 플랫폼 개발
국내외 유명 작품 NFT化 지원
대표적 메이저 화랑인 갤러리현대가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별도 법인 에이트(AIT)를 통해 새로운 NFT 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김환기 이중섭 등 거장들의 그림을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NFT 작품을 이곳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도형태 에이트 대표(갤러리현대 대표)는 9일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NFT 거래 플랫폼 ‘에트나(ETNAH)’를 오는 5월 시범 공개한다고 밝혔다. 에이트는 도 대표가 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인 알타바의 구준회 대표와 공동 설립한 법인이다. 플랫폼은 시범 운영을 거쳐 8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에이트는 이 플랫폼을 통해 직접 제작한 NFT 작품을 판매한다. 도 대표는 “예술적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기존 NFT와 달리 현실의 미술시장에서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을 NFT 작품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기(1913~1974)의 점화 작품과 관련한 스토리텔링 영상 형식의 NFT 작품, 이중섭(1916~1956)의 ‘황소’를 모티프로 한 NFT 작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저작권자인 환기재단 및 이중섭미술관과는 이미 협의를 마쳤다. 에이트는 앞으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한 방식의 NFT 작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NFT 미술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태다. 구매하려는 작품에 대한 평단의 의견은 물론 작가의 신원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거래 수단인 암호화폐는 가격이 널뛰고, 저작권 관련 분쟁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갤러리현대의 입지와 영향력을 이용해 현실의 미술시장과 비슷한 거래 질서를 새롭게 만들고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에이트의 전략이다.에이트가 제작 중인 NFT 작품은 형식을 제외하면 현실에 존재하는 디지털 예술작품과 거의 같다.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도 대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NFT 유통을 금지하는 등 새 규칙을 세우겠다”며 “현실처럼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등 현실 미술계 주체들이 NFT 시장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에이트는 각 분야 유력 기업과 인사들을 협업 파트너로 내세웠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퓨처넷은 홍보와 투자를,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가 설립한 클레이튼재단과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웨이저우 등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시스템 구성을 맡는다.

갤러리현대가 설립한 경매사 케이옥션도 에이트의 NFT 사업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옥션은 도 대표의 형인 도현순 대표가 경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케이옥션이 라이벌 미술품 경매회사이자 한 발 먼저 NFT 미술시장에 진출한 서울옥션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이 사업과 관련해 어떤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