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부르면 어디서든 '로보택시' 탑승…5G로 도로정보 수신

현대차, 내달 강남서 시범운행

안전요원 탑승은 하지만
가속·정지·회전은 '로봇'이
0.1초마다 데이터 송수신

라이다·레이더·센서 등 개발
내년 유상서비스 전환 목표

상암 로보택시도 10일 '출발'
2개 노선에 요금 2000원
작년 11월 서울 상암동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챌린지’ 경기 장면.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학 팀과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차량이 동시 주행을 펼쳤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고도화를 바탕으로 강남 로보택시 투입을 거쳐 2023년 미국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김병언 기자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자 거점에 정차돼 있던 차량이 탑승자가 있는 곳까지 달려온다. 운전대를 스스로 돌리고, 알아서 브레이크를 밟는다. 서울 상암, 경기 판교, 대구 등지에서 시범 운행하고 있는 ‘로보택시’의 현재 모습이다. “초보 운전자 이상의 운전실력”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주먹만 한 카메라와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를 장착한 이 로보택시는 8차선 도로 내 차선 변경, 좌회전·우회전과 유턴 등을 유연하게 소화하고 최대 50㎞까지 달릴 수 있다.

다음달 서울시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에서 운행하는 로보택시는 이보다 한 단계 고도화한 방식이다. 20.4㎢ 면적 내 강남대로·테헤란로·언주로 등 주요 도로에선 ‘진짜 택시’처럼 움직일 수 있다. 2019년부터 현대차와 서울시가 자율주행 도시 육성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고 관련 실험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레벨 4(사실상 완전 자율주행)’에 가장 근접한 성과를 내놓게 됐다.

국내 최대 자율주행 시범지구 등장

현대차 아이오닉5 로보택시
강남구에서 운행될 로보택시는 ‘노선형’이 아니라 ‘구역형’이다. 방대한 면적 내에서 원하는 목적지와 탑승지를 자유자재로 설정할 수 있다. 국내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판교에서 시도한 사례가 있지만, 운행 최장 구간이 2㎞에 정도였다. 서울시는 강남구 전체 면적(39.55㎢)에서 논현동, 삼성동 등을 포함한 절반 상당 면적을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신청했다. 초기 판교 서비스 면적의 100배다. 일단 무료로 출범하고, 내년 유상 서비스 전환을 목표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급하는 유상운송 면허를 따낼 계획이다.

5세대(5G) 통신을 기반으로 도심 로보택시 시스템 고도화 속도를 높였다. 24시간 내내 0.1초 단위로 교통신호 변경 상황과 잔여 시간 등을 자율주행차에 알려준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총 159곳(교차로)의 교통신호 데이터를 개방했다. 당초 계획의 두 배 규모로, 국내 시범운행지구 중 최대다.
현대차는 이 지역에서 수소전기차 넥쏘를 통해 데이터를 쌓아 왔다. 강남구를 달릴 차량은 현대차가 직접 개발한 아이오닉 5 기반 모델이다. 현행법상 안전요원이 탑승하지만 사실상 사람의 조력이 필요없는 고도 자율주행(레벨 4) 수준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분야에 적극 투자해 왔다.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전장부품사 앱티브와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해 설립한 조인트벤처(JV) ‘모셔널’이 대표적이다. 현대차와 모셔널은 빛을 포착하는 라이다 센서와 전파를 감지하는 레이더 센서, 그리고 카메라 센서까지 망라한 종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모셔널은 지난해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UV SUD로부터 레벨 4 수준의 기술 안정성을 인증받았다.

로보택시 전국 시대 ‘성큼’

로보택시 도입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강남과 함께 서울 로보택시 서비스의 양대 축 역할을 할 상암 로보택시는 DMC역과 서부면허시험장을 경유하는 5.3㎞ 노선과 MBC·SBS 등을 경유하는 4㎞ 노선 등 2개로 10일부터 운영한다. 스마트폰 앱 ‘TAP!’을 통해 호출이 가능하며, 요금은 2000원이다.대구시는 지난달 5일 요금 3000원 상당의 유상 로보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부터 유가읍 금리를 경유하는 7.2㎞ 구간, 포산공원부터 중리사거리를 경유하는 4.3㎞ 구간이 대상이다. 제주는 편도 구간으로 현재까지 최장 수준인 38㎞를 오간다. 요금은 8000원이다. 판교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무상 시범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성공 여부는 기술 고도화와 정책·제도적 개선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재근 한국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연구단장은 “로보택시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95%까지 안전성을 갖춰낸다면 나머지 5%는 운행 프로세스 설계, 인프라 확보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날씨·교통량·주행 속도 등 운행 제한 조건을 민관 협의로 세밀하게 짜고, 안전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믿음을 확보해야 일상적 모빌리티로서의 로보택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하수정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