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온 킹' 배우들 "관객에게 배운 손하트, 이젠 익숙"

3년 만에 돌아온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팀 배우들
"3년 전에는 앞줄에 계신 관객분들이 보여주는 손짓이 뭔지 몰라 여기저기 묻고 다녔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며 관객들에게 돌려드리고 있죠."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 팀이 3년 만에 돌아왔다. 2018∼2019년 내한 이후 다시 한국을 찾은 배우들은 공연이 끝나고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에게 한국에서 배운 다양한 손 하트로 화답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 한 번의 개막 연기와 두 번의 개막 공연 취소 끝에 막을 올린 '라이온 킹' 출연진은 9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밀림의 정신적 지주인 주술사 원숭이 라피키 역의 푸티 무쏭고는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에 새로 합류했다. 2003년 이후 14년 동안 라피키를 연기해 온 베테랑이다.

무쏭고는 "14년 전 처음 무대에 섰을 때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흥분에 가득 차서 조금이라도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고, 지금까지 그 열정으로 하루하루 오프닝 날인 것처럼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했다.
라피키는 공연의 막이 오르고 차례로 등장하는 동물들과 함께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부르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신비로운 아프리카 초원으로 데려가는 역할을 맡는다. 무쏭고는 "'서클 오브 라이프'는 삶과 죽음의 연속을 말한다"며 "아이로 태어나 성장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겪고 죽음을 맞이하는 삶의 순환은 세대를 거치며 이어나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영어 대사 외에 스와힐리어 등 서로 다른 아프리카의 6개 언어가 사용되고, 전통 악기로 아프리카의 음악을 들려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무쏭고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라며 "관객은 비록 다른 언어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고유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아프리카의 모습과 문화를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새끼 사자에서 어린 왕자, 도망자를 거쳐 왕으로 성장하는 심바, 심바의 친구이자 용맹한 암사자 날라, 왕의 자리를 노리는 스카 역은 3년 전 한국 무대에 섰던 배우들이 그대로 돌아왔다.

스카 역의 앤서니 로런스는 오프닝 장면인 '서클 오브 라이프'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왕 무파사의 후계자, 심바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로런스는 "복잡한 심경으로 그 무대를 지켜본다"고 말했다.

"앤서니 로런스로서 무대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울음을 겨우 참아낼 정도로 감동적이에요.

하지만 스카는 일부러 그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니 거기에 몰입하려면 제 감정을 많이 추슬러야 하죠."
로런스는 배우들이 분장하고 연기를 하는 동시에, 얼굴과 몸을 가리지 않는 가면과 인형으로 동물의 캐릭터와 움직임을 표현하는 '더블 이벤트'를 원작 애니메이션을 뛰어넘는 뮤지컬의 매력으로 꼽았다.

"애니메이션에서 잔인하고 복수심에 가득 찬, 화가 나 있는 사자의 모습만 보셨다면,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인간의 감정까지 표현하거든요.

이런 '더블 이벤트'를 통해 관객들도 더 많은 것을 보고 공감할 수 있죠."
날라 역의 아만다 쿠네네도 "동물의 움직임과 인간의 감정을 함께 표현하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이 아주 어려웠다"면서도 "그 두 가지가 어우러져서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며 "대담하고 자신감 넘치는 날라를 연기하면서 나도 젊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용맹함과 앞으로 나아갈 힘, 힘든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방법을 찾아내는 현명함을 배웠다"고 했다.

심바 역을 맡은 데이션 영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라스베이거스와 북미 투어 등 여러 프로덕션에 함께해 왔다.

영은 "어린 시절 브로드웨이에서 심바를 연기하면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했었다"며 "'라이온 킹'에서 심바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최고의 영광이고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도 당시에는 나름대로 마음을 다해 공연에 임했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을 통해 조금 더 감정을 이입하고 조금 더 진실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뜨거운 사랑을 보내주는 한국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국 관객들은 SNS를 정말 많이 활용하시더라고요.

티켓을 사서 이 공연을 보러 간다며 기쁘고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올려주시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얻고 있습니다.

"(아만다 쿠네네)
"대단한 화가들도 많으세요.

직접 그린 다양한 그림들을 보내주시는데 받을 때마다 행복한 마음에 더 즐겁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내주신 것만으로도 책을 만들 수 있지만 더 받고 싶어요. "(앤서니 로런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