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에 "동물연기 줄이고 CG 활용"

가이드라인 신설…"전기충격기 사용 중단, 뱀 입 봉합 금지"
'태종 이방원' 방송은 26일부터 재개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도중 강제로 쓰러뜨린 말이 죽으면서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KBS가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동물출연 조항을 신설했다. 지난달 22일부터 결방 중인 '태종 이방원'은 26일 13회를 시작으로 방송을 재개한다.

KBS는 9일 '태종 이방원' 촬영 중 사고에 거듭 사과하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출연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 조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이드라인에는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기본원칙을 밝히고, 촬영 전 준비단계와 촬영단계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명시했다"며 "동물 종별로 제작진이 유념해야 할 세부 주의사항도 포함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기본 원칙에는 동물이 신체적으로 위험에 처하거나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연기 장면을 연출할 경우 최대한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 동물 실제 연기 장면은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살아있는 동물에게 인위적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산 채로 먹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포함됐다.

촬영 전에는 동물 촬영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지정해 동물의 상태와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동물이 연기할 경우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하며,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동물이나 4개월령 미만의 어린 동물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점을 고려해 가급적 촬영에서 배제해야 한다.

촬영 때는 동물 책임자를 현장에 상주시켜야 하며, 드라마의 경우 위험 요소가 예상되는 촬영 때는 반드시 수의사가 상주하도록 해야 한다.

촬영을 목적으로 하는 전신마취제 사용은 할 수 없으며, 말채찍이나 말고삐, 말안장 등의 도구는 안전하고 인도주의적으로 사용하되 나무막대기, 전기충격기 등은 사용하면 안 된다. 또 출연 동물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촬영 이후에는 책임자가 동물 상태와 복귀 장소 등을 책임PD(CP)에게 보고해야 한다.
동물의 드라마 출연과 관련해 집고양이, 개, 조류, 어류, 말과 축산 동물, 파충류, 양서류, 곤충과 거미류, 영장류, 야생동물 등 10개 종에 대한 주의사항이 마련됐다.

사극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말의 경우 말의 걸음걸이에 이상을 주는 어떤 장치나 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말이 물에 빠지는 연기는 자제하고 점프 연기는 오직 훈련된 말만 안전장치가 준비된 상황에서 할 수 있다.

새의 발에 줄을 묶어두는 테더링은 숙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동물 훈련사만 수행하며, 독이 있다는 이유로 뱀의 입을 봉합하거나 송곳니를 자르는 것은 절대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금까지 동물 촬영이 얼마나 잔혹하게 이뤄졌는지 보여준다. KBS는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며 "정부 및 관련 동물보호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영상산업 전반에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동물을 안전하게 촬영하는 제작환경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