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두 번의 눈물은 없었다…中 보란듯 깨끗한 '황금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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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男 1500m 금메달마침내 금맥이 터졌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황대헌(23·사진)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9바퀴 남기고 줄곧 선두 유지
1000m '편파판정' 악몽 털어내
함께 뛴 이준서 5위·박장혁 7위
1000m 금·은메달 휩쓴 중국
1500m 결승 한 명도 진출 못해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대헌의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따낸 첫 번째 금메달이다. 함께 결승에 진출한 이준서(22)는 5위, 박장혁(24)은 7위를 기록했다.이날 황대헌은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모두 1위로 다음 단계에 진출했다. 10명의 선수가 경합한 결승전에서 황대헌은 이탈리아와 헝가리 선수들 뒤에서 신중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 지켜보지는 않았다. 황대헌은 아홉 바퀴를 남겨둔 상태에서 단숨에 속도를 내 선두로 치고 나갔다. 어떤 선수와도 터치가 없는 깔끔한 추월이었다.
이후 황대헌은 내내 선두를 지켰다. 캐나다의 스티븐 뒤부아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세묜 옐리스트라토프가 수시로 추월을 시도했지만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완벽한 플레이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내내 선두를 지킨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했다. 5위에 오른 이준서와 7위 박장혁이 황대헌을 끌어안고 축하를 건넸고, 황대헌은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황대헌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다. 다섯 살에 스케이트를 처음 탄 그는 경기 안양 안일초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꿈을 ‘쇼트트랙 국가대표’라고 적을 정도로 일찌감치 강한 열망을 보였다. 부흥고 재학 중이던 2016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임효준(중국명 린샤오쥔)과 함께 금메달 기대주로 꼽혔지만 500m에서 은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황대헌은 첫 올림픽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2관왕(500m·남자계주 5000m)에 오르며 임효준과 나란히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하지만 또 다른 악재가 황대헌을 덮쳤다. 2019년 6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암벽훈련을 하던 중 임효준이 황대헌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일부를 노출시켰다. 그결과 임효준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를 받았고, 강제추행 혐의 재판 과정에서 중국으로 귀화했다.
정신적 피해가 컸지만 빙판 위에서 황대헌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당당하게 선발돼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황대헌을 “한국의 큰 희망”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기대했던 올림픽에서 황대헌은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었다.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 두 명을 깔끔하게 제치고 1위로 들어왔지만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래도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경기 직후 자신의 SNS에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고 그 벽을 이겨내라”는 마이클 조던의 말을 남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강한 체력과 단단한 멘털로 황대헌은 일어섰고 끝내 금메달을 따냈다.앞선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에 힘입어 메달을 싹쓸이한 중국은 이 종목에 3명이 출전했지만 결승에는 한 명도 진출하지 못했다. 혼성 계주와 남자 1000m에서 논란 속에 금메달을 딴 2관왕 런쯔웨이는 준결승에서 반칙으로 실격당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