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만 찍은 일본…'코로나 쇄국'에 쏟아지는 비판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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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기업 손실만 1억유로…美도 비판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일본의 ‘코로나 쇄국정책’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제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일미국상공회의소까지 나서서 '일본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일본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은 1억유로(약 1368억원)가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美상공회의소 "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
유럽비즈니스협회 "과학적 근거 있는 입국정책 도입을"
국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 높아져
日 대기업 "실사 불가능해 해외기업 M&A 중단"
크리스토퍼 라플러 주일미국상공회의소 특별고문은 9일 일본외신센터(FPCJ)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라는 의문을 낳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입국규제 완화를 촉구했다.라플러 고문은 "주일미국상공회의소 회원기업 임직원 가운데 적어도 150명, 가족을 포함하면 수백명이 일본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입국제한이 투자결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응답이 회원사의 64%에 달한다"며 "코로나19 백신 완전접종 등을 조건으로 입국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일미국상공회의소와 유럽비즈니스협회 등은 지난 3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서도 일본 정부에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한 입국정책을 조속히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의 코로나 쇄국에 따른 구체적인 손실 규모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말 주일독일상공회의소가 일본에 진출한 독일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3%의 기업이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와 관련해 1억유로 이상의 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62%는 앞으로 최대 1000만유로의 손실을 추가로 예상하고 있어 '코로나 쇄국 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 사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나라로 거점을 이전하려는 독일 기업도 각각 10%에 달했다.
독일은 유럽 국가 가운데 일본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2019년 독일의 대일 직접투자규모는 156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시스가 지난 1월 일본법인 대표로 선임한 케넷 브라이스팅 사장은 2달 째 17시간의 시차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온라인으로 일본 사업을 이끌고 있다. 입국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미국 프록터앤갬블(P&G)는 2021년 4분기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SK-Ⅱ'의 아시아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존 몰러 P&G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판매상담원의 입국이 불가능한데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줄면서 일본 백화점의 수요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쇄국의 피해는 일본 경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기업을 인수·합병(M&A) 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하고도 기업 실사가 불가능해져 인수작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인재 파견업체인 파솔글로벌워크포스에서는 인도네시아인 기능실습생 400명이 일본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복지시설에 근무할 예정이었던 이들이 입국하지 못하면서 일본인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일본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 1월부터 외국인의 일본 입국을 전면 중지했다. 사업 목적의 방문과 유학생, 기능실습생의 입국까지 장기간 제한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작년 11월 초 입국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같은 달 말 다시 전면 입국 금지로 돌아섰다. 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12월 신규 외국인 입국자는 2783명으로 1년 전보다 95% 급감했다. 주요국 가운데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